농아인 목사 교회에 후원금 보내고… 해마다 침수되는 예배당 수리해주고… 그 뒤엔 ‘함께 가는 목회’ 더조이유니언 있었다

입력 2022-12-16 03:03
더조이유니언 소속 목회자들이 장애를 안고 있는 목회자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더조이유니언 제공

14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목회자서로돕기운동 연합단체인 더조이유니언(대표 김성찬 목사)의 임시총회 및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2017년 창립된 더조이유니언은 ‘목회자 그 누구도 도태되지 않고 함께 가는 목회’ ‘목회자 상호 간에 유무상통’(있는 것과 없는 것을 서로 융통함)을 지향하며 어려움에 처한 목회자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목회자나 교회가 다른 대상을 지원하는 건 흔한 일이다. 하지만 목회자끼리 연합해 곤란한 처지의 목회자를 지원하는 것은 다소 생소해 보인다. 하지만 더조이유니언은 이런 사역을 지난 5년 동안 총 165명의 목회자를 대상으로 일관되게 펼쳤다. 그리고 이 같은 활동을 글로 옮긴 책이 출간됐다. 출판기념회에서 공개된 ‘더조이유니언 이야기-우리 안에서 행하신 당신의 착한 일’(김성찬, 노예스21)은 서로 도우며 함께 가는 목회를 고스란히 담아낸 5년간의 기록이다.

‘더조이유니언 이야기’ 표지사진. 더조이유니언 제공

책 속엔 간증이 넘친다. 대전의 베데스다교회에 다니고 있는 박경애(66·여) 사모는 청각·언어 장애를 앓고 있는 목사 남편과 농아인 성도들을 장기간 섬기고 있다. 그동안 신앙으로 버텼지만 현실이 만만치 않아 모든 것을 포기하고 도망가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가장 힘들 때 더조이유니언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박 사모는 “피할 길을 찾던 중 후원금은 물론 ‘옆에서 함께할 것’이라는 위로와 격려를 통해 완전히 생각을 고쳐먹었다”며 “소중한 도움을 바탕으로 (남편과 농아인 성도들을) 섬기고 이 자리를 꿋꿋이 지키는 것이 나의 사명임을 재차 확신했다”고 말했다.

경기도 남양주의 깊은 산골짜기에 자리잡은 빛나는교회(이성우 목사)는 수년 동안 장마철만 되면 예배당이 침수됐다. 습한 곰팡이 냄새가 연일 예배당에 진동했다. 이때도 더조이유니언이 나섰다. 새벽 4시 목사 10명이 해당 교회로 출발해 하루 종일 교회 지붕 방수공사에 매달렸다. 목사들은 다소 공사에 서툰 모습도 보였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해 공사를 완료했다. 이성우(67) 목사는 “빛나는교회는 이제 폭우에도 끄떡없다. 오늘 새벽에 들어왔는데 예배당이 꼬들꼬들하다”며 “그 더운 날 지붕 위에서 온몸으로 수고를 아끼지 않은 더조이유니언 목사들에게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더조이유니언의 내년 사역은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이를 통해 나눔과 섬김의 본을 보였던 초대교회의 모습과 정신을 온전히 계승한다는 목표다. 김성찬 목사는 “목회자 상호 간에 가진 것을 함께 나누고 공유하며 서로의 필요를 충족함으로써 기쁨이 충만한 삶과 목회를 만들어 낼 것”이라며 “우리가 그토록 소망하는 초대교회들의 아름다운 연합과 섬김의 모습이 재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