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선교의 발… “하나님 나라 만드는 데 ‘미션카’ 역할” 기대

입력 2022-12-19 03:06
지난 12일 경기도 김포 무지개교회에서 만난 이주헌 목사. 그는 “교회를 두 번 개척하면서 알게 된 것은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면 부족한 부분은 하나님이 어떻게든 채워주신다는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이주헌(47) 목사는 과거 성도들과 악수를 할 때면 자신의 손이 부끄럽게 여겨질 때가 많았다고 한다. 거칠고 억세고 때론 상처가 나 있기도 한 성도들의 손엔 팍팍한 세상살이의 흔적이 새겨져 있곤 했다. 하지만 자신의 손은 한없이 부드럽기만 했다. 그는 2016년 여름, 교회 개척을 앞두고 이런 결단을 내렸다. ‘대리운전 기사라도 해보자. 대리운전을 하면서 생활비도 벌고 성도들이 마주하는 삶의 어려움도 체감해보자.’

그렇게 그는 2개월 남짓 대리운전을 하면서 수도권 곳곳을 누볐다. 지난 12일 경기도 김포 무지개교회에서 만난 이 목사는 당시를 회상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어느 날은 일을 마친 뒤 버스를 타려고 걸어가는데 까만 밤하늘 아래 빨간 십자가가 곳곳에 보이더군요. 울면서 하나님께 물었어요. 저의 십자가는 어디에 있냐면서요.”

미션카를 아시나요

이 목사가 대리운전을 하다가 2016년 9월 개척한 교회가 바로 경기도 김포 한 상가 건물 4층에 있는 무지개교회다. 198㎡(약 60평) 크기의 예배당은 과거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위해 다양한 문화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던 가게로 상호는 ‘레인보우 어린이 영어 놀이터’였다. 이 목사가 이곳에 교회를 세우면서 ‘무지개’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었다.

개척교회 목회자들이 대부분 그렇듯 개척 초기에 그는 교회를 부흥시키는 일에 매달렸다. 교회는 코로나19가 퍼지기 전에는 15가정 넘는 성도가 출석했고, 지금은 10가정 정도가 이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 목사의 사역에서 독특한 지점은 여기에 있지 않다. 개척교회 목회자라면 교회 부흥에만 골몰하기 마련인데, 그는 최근 몇 년간 독특한 프로젝트를 잇달아 선보이며 눈길을 끌고 있다.

‘미션카 사역’이 대표적이다. 이 사역은 차량을 기증하려는 교회나 성도로부터 중고 승용차나 승합차를 인도받아 차량이 필요한 교회에 전달하는 프로젝트다. 2020년에는 6대의 미션카가 탄생했고, 이듬해엔 7대, 올해는 10대의 미션카가 새 주인을 만났다.

이들 차량 중엔 신형 승합차도 있다. 할부금은 이 목사와 뜻을 함께하는 4개 교회가 공동 부담한다. 이 목사는 이런 사역을 벌이는 이유를 묻자 “과부 마음은 과부가 알기 때문”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개척교회 목회자의 고충은 저 같은 개척교회 목회자가 잘 아는 법이죠(웃음). 차량 문제 때문에 힘들어하는 목회자가 정말 많습니다. 그런데 자동차는 ‘선교의 발’이거든요. 저는 미션카가 정말 많은 선교의 성과를 낼 거라고, 하나님 나라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할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이 목사가 펼치는 반짝반짝 프로젝트는 이게 전부가 아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중부연회 소속 목회자와 평신도들이 만든 웨슬리사회네트워크는 지난달 미얀마 아이들을 위한 특이한 이벤트를 벌였는데, 이 일을 주도한 주인공도 이 목사였다. 이벤트는 성도들로부터 기증받은 중고 장난감을 미얀마 아이들에게 보내는 일이었다. 알려졌다시피 미얀마에서는 지난해 2월 발생한 쿠데타와 이어진 군부의 폭정 탓에 세상을 떠난 민간인이 7000명이 넘는다. 하루아침에 고아가 돼버린 아이가 부지기수다.

한국교회 많은 성도가 이 목사가 주도하는 프로젝트에 동참했고, 결국 700㎏ 넘는 장난감을 미얀마의 보육원에 보낼 수 있었다. 이 목사는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칼이나 총의 형태를 띤 장난감은 제외했다. 아이들에게 아픔을 상기시킬까 염려됐기 때문이다.

이 목사는 “아이들에게 장난감은 꿈과 희망을 상징한다. 장난감을 갖고 놀면서 과학자를 꿈꾸거나, 공주가 되는 상상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꿈을 잃어버렸을 수도 있는 미얀마 아이들을 생각하니 무슨 일이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미얀마 아이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다시 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목회자는 세상의 소금이 돼야”

이 목사가 목회자의 꿈을 품은 건 고등학생 때였다. 어릴 때부터 교회엔 다녔으나 신앙이 신실하진 않았던 그는 2학년 때 선배들의 권유로 교내 기독학생반 회장이 됐고 기도원에 갔다가 성령을 체험하게 됐다. 자연스럽게 목회자가 되겠다는 꿈을 갖게 됐고 1995년 감리교신학대에 입학했다. 졸업한 뒤에는 인천 한 교회에서 사역하다가 아내의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가 교회를 개척했다. 3년쯤 흐른 뒤 인천으로 다시 거처를 옮겨 한 교회에서 부교역자 생활을 하다가 6년 전 무지개교회를 개척했다.

그가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성경 말씀은 ‘빛과 소금’과 관련된 내용이 등장하는 마태복음 5장 13~16절이다. 그는 마태복음 말씀이 빛보다는 소금에 방점이 찍혀 있음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회가 비판받는 이유는 세상에서 소금의 역할을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교회는 소금처럼 세상에 녹아들어야 합니다. 예수님도 소금처럼 사셨던 분입니다. 소금처럼 별것 아닌 존재로, 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존재가 됐을 때 하나님은 그것에 빛을 비추실 겁니다.”

김포=글·사진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