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평 변호사가 ‘친윤계’ 본심 대변했나?… “대선주자급 당대표 땐 국정동력 분산 우려”

입력 2022-12-15 04:05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신평(사진) 변호사(전 한국헌법학회장)가 14일 국민의힘 의원모임에 강연자로 나서 “너무 강력한 대선주자급 당대표가 되면 국정동력이 분산되지 않을까 우려한다”고 말해 파장이 일었다.

신 변호사는 내년 3월 초가 유력한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대권주자는 차기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에 출마해선 안 된다는 견해를 밝힌 것이다. 이와 관련해 수도권 한 의원은 “신 변호사가 당내 친윤(친윤석열)계 본심을 대신 전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신 변호사는 의원모임에서 ‘윤석열정부에서 여당 대표가 어떤 리더십을 가져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대선주자로 나설 분은 이번 당대표 선거가 아니고, 다음 당대표 선거가 맞지 않겠나”면서 “2025년 당대표가 돼서 1년 하고 그다음에 대권주자로 나가는 게 맞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신 변호사는 이어 “지금 윤석열정부가 노력을 많이 하지만 여러 가지로 흔들리고 있다”면서 “의회를 야당이 지배해서 여러 국정운영이 힘겹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선주자급 당대표가 당선될 경우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인식을 내놓은 것이다. 이번 발언과 관련해 차기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있는 안철수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을 견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특히 신 변호사가 국민의힘 유력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이 국회에서 연 공부모임 ‘혁신24 새로운 미래’ 연사로 초청된 자리에서 이 같은 발언을 내놓은 점도 눈길을 끌었다. 안 의원은 이날 모임에 참석했으나 공교롭게도 신 변호사의 해당 발언이 나오기 전에 자리를 떴다.

판사 출신인 신 변호사는 윤 대통령 가까이서 조언을 하는 사이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신 변호사의 출판기념회에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이날 모임에서 신 변호사는 ‘대통령 멘토’로 소개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신 변호사는 “우선 제가 윤 대통령의 멘토는 아니다”라며 “대선 과정에서 많은 조언을 드린 건 사실인데, 멘토라고 하면 건방스럽고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전당대회를 앞둔 상황에서 친윤계는 대권주자급 당대표가 등장해 2024년 총선 공천권을 행사할 경우 여권에 ‘태양이 두 개’인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한 친윤계 의원은 “대권을 생각하는 당대표는 공천 과정에서 ‘자기 사람’을 최대한 앉히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모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신 변호사가 교통정리를 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신 변호사 발언에 내가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다”고 답했다.

안 의원은 김 의원과 친윤계 핵심인 장제원 의원 간의 이른바 ‘김장’ 연대설에 대한 질문을 받고 “전당대회 관련해 정치인들 간에 서로 여러 협력관계가 있을 수 있지 않겠나”라며 “그건 시간이 가면서 또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지”라고 답했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