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등 비은행계 금융그룹을 관리하던 금융위원회 금융그룹감독혁신단(혁신단)이 해체된다. 금융권에서는 최근 고금리 등으로 시장이 불안정한 가운데 혁신단 해체로 위험 관리 강도가 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최근 행정안전부와 협의해 혁신단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을 폐지하고 조직을 해체하기로 했다. 혁신단은 문재인 전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17년 출범했다. 당초 2020년 말까지 3년간 존속 기한을 받았는데 이후 1년씩 두 차례 연장돼 활동을 이어갔다.
혁신단은 출범 당시 문재인정부 국정 과제인 ‘금융그룹 통합 감독’의 특명을 받았다.
보험사와 증권사, 신용카드사 등 여러 금융사를 운영하는 금융그룹의 경우 보험업법 등 업권별 법에 기반을 둔 기존 감독 체계로는 위험을 포괄적으로 관리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히 지주사를 두지 않은 비은행 계열 금융복합기업집단은 규제 사각지대가 존재했다.
금융그룹 차원의 위험 관리를 강화하는 세계 추세에 발맞추려면 관련 조직과 법안이 필요했다. 이후 금융그룹감독법이 마련돼 2021년 시행됐다. 금융그룹감독법 적용 기준은 ‘보험업이나 금융투자업(증권사 등), 여·수신업(저축은행 등) 중 2개 이상 업종 금융사를 운영하는 총자산 5조원 이상 금융그룹’으로 정해졌다. 삼성 한화 미래에셋 현대자동차 교보 DB 다우키움 7곳이 감독 대상이 됐다.
금융그룹감독법은 삼성 등 금융그룹 7곳에 계열사 간 내부 거래 기준과 이를 어떻게 관리할지 매뉴얼을 만들 것을 요구했다. 금융그룹 차원의 위기관리 및 조기 경보 체계 마련 의무도 부여했다. 위기 발생 시 특정 계열사 위험이 옮아오더라도 금융그룹 전체가 흔들리지 않도록 자본 비율 또한 일정 수준 이상으로 관리하도록 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혁신단 해체 결정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금융그룹감독법 대상 금융그룹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될 판에 감독 주체가 사라지는 셈이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 시장이 몹시 불안한 상황에서 금융위가 위험 관리 관련 조직의 힘을 빼는 역선택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일반 대기업 산하에 있는 금융사의 경우 비금융 계열사에서 위험이 발생하면 전이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하지만 이들 금융그룹은 지주 관리 체계 아래에 있는 은행계 금융사보다 감독 수준이 낮다. 위험은 큰데 관리 강도는 낮은 문제를 해소할 법을 관리하는 혁신단을 해체하는 것은 최근 추세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혁신단은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동양 사태처럼 일반 대기업 산하 금융그룹이 부실해지는 일을 사전에 방지하겠다는 취지로 만든 조직”이라면서 “법의 적용을 받는 금융그룹 7곳은 조직 해체를 반기겠지만 우려가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혁신단 조직은 금융정책국이 흡수해 기존 업무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