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총수 있는 대기업 집단이 4년간 10개 증가했다. 이들 대기업 집단은 총수 개인의 지분율은 낮추는 대신 2세 등 일가에게 지분을 넘겨주는 방식으로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14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2년 지주회사 소유출자 현황 및 수익구조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총수 있는 대기업 집단은 29곳이었다. 총수 없는 대기업 집단까지 포함하면 전체 대기업 집단(76개) 중 31개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총수 개인 평균 지분율은 2017년 35.9%로 정점을 찍은 후 올해 24.5%까지 낮아졌다.
그러나 총수 일가의 지분율은 49.4%로 여전히 높았다. 총수 2세, 친족 등을 통해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의결권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총수 개인 의결권은 평균 26.5%에 그쳤으나 총수 일가 의결권은 53.0%였다.
지주회사 체제는 지주회사를 정점으로 하고 나머지 계열사를 자·손자·증손회사로 지배하는 기업 구조다. 정부는 과세특례 등의 혜택을 부여해 지주회사 전환을 장려해왔다. 경영 감시가 비교적 쉽고 사업 부문 간 위험 전이도 방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지주회사 규제를 우회하는 ‘꼼수’가 나타나고 있다. 지주회사의 자회사는 손자회사가 아닌 국내 계열사의 주식을 소유할 수 없다. 하지만 국외 계열사를 끼워 넣으면 ‘수직적 출자 외 금지’ 규정을 피할 수 있다. LG(4건), SK(3건), 두산(3건) 등 올해 총 19건의 우회 출자 사례가 확인됐다.
자·손자·증손회사가 아닌 체제 밖 계열사를 통해 지주회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회사도 있었다. DL, HDC, 세아, 한국타이어 등이 총수 2세 지분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했다.
29개 지주회사의 체제 밖 계열사는 276개인데 이 중 176개는 총수 일가 보유지분이 높아 사익편취 규율대상이다. 사익편취 규율대상 중 17개사는 지주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 중 총수 2세가 20% 이상 지분을 가진 회사는 9개였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