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의 작은 거인’ ‘희망 전도사’란 수식어로 널리 알려진 국제사회복지사 김해영(57) 밀알복지재단 희망사업본부(케냐) 본부장이 에세이집 ‘잠시, 쉬었다 가도 괜찮아’(드림셀러)를 들고 최근 돌아왔다. 척추장애인이자 입주 가정부였던 그가 미국 컬럼비아대학원 졸업 후 세계를 누비는 국제사회복지사로 성장한 비결은 ‘하나님이 적시 적소에 보낸 주변인의 사랑과 신뢰’ 덕분이라는 내용이다. 다섯 번째 저서를 낸 김 본부장을 1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책에는 김 본부장의 어린 시절부터 올 2월 백석대 선교대학원 박사학위 취득 직후 케냐로 돌아간 최근까지의 이야기가 오롯이 망라됐다. 특히 가난과 장애로 고생하던 시절 만난 국내외 은사와 지인 이야기가 적잖다. 서울중부기술교육원 학생 시절부터 미국 대학원생 시절까지 꾸준히 편지를 보내 ‘인생의 스승’이 돼 준 강대근 전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국제이해교육원장, 돈이 궁했던 유학 시절 인종·장애와 상관없이 병원 통역과 의료보조원 일을 맡겨 준 미국인 의사 한센, 컬럼비아대 석사과정 지원과 학업 이수에 아낌없이 조언해 준 상담사이자 동문 토머스…. 인생의 역경을 극복하고 지금의 그를 완성할 수 있었던 건 이들의 기도와 힘이 컸다는 게 김 본부장의 견해다. 그는 “세상에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기까지 정말 많은 이들의 사랑과 도움을 받았다”며 “책을 읽다 보면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어는 사랑’이란 생각이 분명 들 것”이라고 미소지었다.
그는 현재 밀알복지재단뿐 아니라 인천 시민단체 ‘해피링크’, 미혼모 가정을 돕는 ‘사단법인 그루맘’, 북한 장애인 지원단체 ‘글로벌블레싱’ 등 비영리단체 6곳에서 이사 및 자문역을 맡고 있다. 올해 초엔 아프리카 장애인의 권익 향상을 위해 손봉호장애인권익기금 위원으로도 합류했다. 케냐에선 케냐타대 연구진과 협력해 지역 소도시 공립학교 교사 상담교육을 운영 중이다. 지역개발 프로그램의 하나로 내년 1월엔 키수무 지역에 우물 파기 사업도 시작한다.
학자로서의 목표도 있다. 박사 과정 중 문화인류학을 공부한 만큼 틈틈이 케냐의 100여개 부족을 연구해 논문을 발표할 계획이다. 김 본부장은 “사회복지사, 선교 동원가, 학자로서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할 수 있어 항상 기쁘고 보람차다”며 “앞으로 할 일이 많지만 스스로 너무 고생시키지 않고 편한 마음으로 즐겁게 하겠다”고 말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