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27번째 원자력발전소인 신한울 1호기가 착공 12년 만에 준공식을 갖고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발전용량이 1400㎿에 달해 화력발전소 4~5개에 해당하는 전력을 탄소 발생에 대한 우려 없이 안정적으로 공급하게 된 것이다. 연간 액화천연가스(LNG) 140만t을 대체하는 효과도 있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국제적인 에너지 가격 상승의 여파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신한울 1호기는 핵심 설비를 국산화한 차세대 한국형 원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난 5년 동안 무리한 탈원전 정책으로 붕괴 직전에 이른 원전 기술 생태계를 복원하는 첫발을 드디어 디딘 것이다. 2016년 발효된 파리협정에 따라 세계 각국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은 세계적인 원전 건설 붐을 일으켰다. 나라마다 방사선 물질 유출 등으로 외면했던 원전을 재평가하고 건설 계획을 속속 발표하는 중이다. 오랫동안 원전을 운영하며 기술을 국산화한 우리나라는 세계 시장에서 기대주가 됐다. 신한울 1호기의 준공은 우리나라 원전 산업이 세계로 뻗어가는 발판이 될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끝나서는 안 된다. 스리마일, 체르노빌, 후쿠시마가 그랬듯 원전 사고는 대재앙을 초래한다. K원전이 세계를 제패한다는 장밋빛 계획에 도취해 안전을 소홀히 해서는 곤란하다. 지난 11일 재가동된 한빛 4호기는 벌써부터 구조건전성 평가가 미흡했다는 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내년 4월 설계수명이 끝나는 고리 2호기는 계속운전 결정에 앞서 실시된 방사선환경영향평가가 부실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게다가 방사성폐기물 처분 부지 확보를 위한 특별법은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원전을 짓는 기술뿐 아니라 관리하고 폐기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원전은 또 다른 재앙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