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까지만 해도 중국 상하이와 광저우, 우한은 ‘봉쇄 도시’였다. 아이폰을 생산하던 공장의 노동자 수만명은 단 한 명도 예외 없이 외부 접촉을 차단당했다. 도시에 사는 모든 시민은 아파트 회사 빌딩 등에 갇혀 매일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고, 확진되면 강제로 수용시설로 끌려가야 했다.
그러던 중국이 갑자기 ‘위드 코로나’로 정책 방향을 180도 틀었다. 지하철과 노선버스를 탈 때도 24시간 이내 PCR검사 음성확인서를 보여줘야 했던 통행 제한이 모든 도시에서 풀리고, 해외 입국자들에 대한 ‘5+3’(5일 수용시설 격리, 3일 자가격리) 의무도 해제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가 3년 가까이 성역처럼 여기던 ‘제로 코로나’ 정책을 버린 건 자발적 의지에 따른 게 아니다. 갇혀 살다시피 하던 중국 필부필부(匹夫匹婦)들의 봉쇄 반대 ‘백지 시위’가 들불처럼 번지자 택한 고육지책이었을 뿐이다.
갑작스레 시작된 중국의 위드 코로나는 전혀 준비되지 않은 모양새다. 확진자를 어떻게 격리하고 치료할지에 대한 정책적 대비가 전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중국 당국이 방역을 완화하자 코로나 확진자는 급증하고 있다. 10억명이 넘는 인구에서 하루 확진자가 몇백명에 불과하다며 자랑하던 중국 당국이 지금은 아예 확진자 집계를 포기하고 있을 정도다. 병원에선 밀려드는 의심 증상 환자들을 다 진료하지 못하고 있고, 약국에선 발열 호흡기 증상 관련 약품이 품귀 현상을 빚는다. 외신들은 중국 상황에 대해 의료 붕괴 초읽기에 돌입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전 세계가 코로나 팬데믹 3년을 겪으며 “이제 코로나는 계절 유행병 수준이 됐다”고 안심하는 상황에서 중국은 ‘때아닌, 때늦은’ 난리를 겪고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대체 중국 정부는 지난 3년 동안 뭘 하고 있었던 건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선진국이 코로나 변이가 나올 때마다 새로운 백신을 개발해 전 국민에게 접종토록 하는 동안 중국은 자체 개발 백신 이외에 모더나·화이자 백신을 완전히 외면했다. 자체 개발 백신 접종률과 보급률마저 크게 떨어진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위드 코로나의 필수 조건은 의료 시스템이다. 방역 완화로 급증하는 확진자들을 어떻게 치료하고 격리할지에 대한 대책이 완비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중국의 모습은 전혀 그래 보이지 않는다. 얼마 전까지 감금하다시피 시민들을 막아서던 방역 요원들이 확진자들이 범람하자 아예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다. 병원들은 밀려드는 확진자들에게 “진료할 의료진이 없다”는 대답만 내놓고 출입문 셔터를 내리기 일쑤다.
14일 장시성 쓰촨성 윈난성 장쑤성 푸젠성 등지의 6개 의과대 학생들의 시위가 벌어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부속 병원의 열악한 노동 환경과 처우에 분노한 의대생들이 들고일어났다고 한다. 중국이 이처럼 코로나 난리를 겪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방역 정책을 전문가에게 맡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제로 코로나를 외치며 방역 정책을 독점했기 때문이다.
‘시진핑 중국’은 주어진 시간 동안 의료체계를 점검하고 방역을 점진적으로 완화해 확진자 치료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의료 전문가들의 판단을 외면한 채 시민들을 가둬놓기에 바빴다. 서방 언론들의 시각은 “중국 당국이 통제에 ‘올인’하다 더 이상 통제할 수 없게 되자 아예 방역을 포기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끝도 없이 우왕좌왕하는 현재의 중국 코로나 상황이 일당독재 체제가 얼마나 무능력한 것인지, 얼마나 비효율적인지를 잘 보여준 사례가 될 만하다.
신창호 국제부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