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해양경찰이 고(故) 이대준씨의 월북 판단 근거로 강조했던 표류예측 결과를 ‘월북 몰이’를 위해 고의 왜곡했다고 보는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이씨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정리하고, 관련 첩보 은폐를 지시한 자리로 지목된 2020년 9월 23일 새벽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한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13일 불러 조사했다.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는 2020년 9월 이씨 피살 이후 해양경찰의 의뢰를 받고 이씨의 예상 표류 범위를 분석했던 기관과 관계자들을 조사해 왔다. 검찰은 해경이 이씨의 표류예측 범위와 실제 발견 지점 간 거리 차를 월북 단정의 근거로 삼고 관련 내용을 보도자료에 넣은 것은 허위공문서 작성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고 김홍희 전 해경청장 공소장에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해경은 2020년 9월 29일 중간수사 브리핑에서 “(이씨가) 인위적 노력 없이 실제 발견 위치까지 표류하는 건 한계가 있다고 확인했다”고 밝혔다. 같은 해 10월 22일 해경 브리핑에서도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소속 A박사는 수영과 같은 이씨의 ‘인위적 힘’과 자연적 외력을 조합하면 북한 연안에 도달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검찰은 불완전한 표류예측을 근거로 이씨의 월북 의도가 있었다고 한 브리핑은 허위·왜곡에 해당하며, 김 전 청장 등도 허위임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고 있다. 표류예측시스템 운영을 담당한 해경 관계자는 표류예측은 정확한 지점을 짚어내는 데 한계가 있고, 수사 목적으로 쓰는 것도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당시 해양과학기술원은 이씨의 예상 표류 지점들을 북방한계선(NLL) 인근을 포함해 모두 점으로 표시해 해경에 제출했는데, 해경은 브리핑에서 이런 점들을 빼고 평균 이동경로만 ‘선’으로 표시했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2020년 10월 해경으로부터 이씨가 ‘수영했을 경우’를 조건으로 한 표류예측 의뢰를 받은 전문가들은 “과학적으로 전혀 의미가 없는 일이라 거절했었다”고도 했다.
검찰은 이날 출석한 노 전 실장을 상대로 이씨 실종부터 피살, 소각까지 전 과정에서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중심이 된 기록 은폐 정황과 월북 몰이 의혹에 대해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실장은 이씨 피살 이튿날 열린 긴급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했으며, 같은 날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초기 사건 조사 결과를 대면 보고했다. 첩보 삭제 혐의를 받는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14일 검찰에 출석한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