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선 2013년 극우단체인 재특회(재일한인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모임)를 중심으로 노골적이고 공개적인 혐오발언이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본격 등장했다. ‘일본 내 한국인은 모두 없어져라’ ‘대학살’ 등 과격한 발언이 공공연해지며 일본 사회 내 ‘헤이트스피치(혐오 발언)’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다. 2016년 ‘본국 외 출신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적 언동의 해소를 위한 대책 추진에 관한 법률’이 처음 마련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일본 내 인권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활동해 온 니와 마사오(외국인인권법연락회 공동대표·사진) 변호사는 지난달 29일 오사카 단포포종합법률사무소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해당 법률은 차별, 혐오 표현은 옳지 않다 정도의 선언을 한 의미”라면서 “같은 해 오사카시에서 만든 ‘헤이트스피치 조례’가 처음으로 혐오발언이라는 것을 특정해 규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사카시 조례는 심의위원회를 설치해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상의 혐오 표현을 심사하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발언자의 신상을 공개하도록 했다. 형사법상 처벌은 아니지만 제재가 가해지는 것이다. 시는 실제로 재일동포를 상대로 “죽여라” “쫓아내라” 등의 발언이 담긴 집회 동영상을 온라인에 올린 사람들에게 이 규정을 적용했다.
실명이 확인되지 않아 온라인상 닉네임만 공개한 조치였지만 당사자 8명은 오사카시의 조례와 이 같은 조치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일본 최고재판소는 올해 “표현의 자유 제한은 과격하고 악질적인 차별적 언동에 대해 한정돼 있다”면서 해당 조례가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특정 대상에게 위협을 느끼게 하는 말과 행동을 제한하는 것은 공공의 복지를 위해 부득이하다는 취지였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헤이트스피치를 제한하는 지방자치단체 조례는 현재까지 9곳으로 늘었다. 특히 가나가와현 가와사키시는 2019년 혐오발언자에 대해 벌금을 부과하는 벌칙규정을 처음으로 마련했다.
니와 변호사는 이 같은 법이나 조례 규정만으로는 확산되는 혐오를 멈추기에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 차원에서 ‘이런 행위는 해선 안 된다’는 것을 매우 명확하게 알리고, 정치인들이 결의를 밝히는 식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혐오발언과 혐오범죄는 사회의 문제이지, 단순히 개인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이를 분명히 선언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온라인에서는 누구의 발언인지, 진실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불특정 다수에게 혐오가 퍼지는 점을 강하게 우려했다. 니와 변호사는 “최근 우토로 방화사건 등의 법정 진술을 보면 20대에 불과한 범인들은 트위터나 유튜브, 포털 등을 통해 한 번도 본 적 없는 재일조선인이 자신들의 이익을 침해한다고 믿고 추방시켜야 한다는 인식을 갖게 된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내용이 혐오 피해자들에게도 아무 때나 노출돼 이들을 더욱 위축시킨다. 온라인을 어떻게 사용하고 분별할지 능력을 키우는 교육이 너무나 중요하다”면서 “이런 문제에 대해 법조계에서도 제대로 인식하고 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사카=조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