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역 피해자 父 “전주환 사회 못 나오게 해달라”

입력 2022-12-14 04:06
연합뉴스

‘신당역 살인’ 사건의 범인 전주환(사진)의 재판에서 피해자가 과거 법원에 낸 탄원서가 공개됐다. 피해자인 여성 역무원이 생전에 전씨의 스토킹 범죄를 심리한 재판부에 제출했던 탄원서가 전씨의 살인죄 법정에서 피해자 아버지의 육성으로 낭독됐다.

피해자 부친 A씨는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1부(재판장 박정길) 심리로 열린 전씨의 보복살인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피해자가 썼던 탄원서를 읽었다. 전씨는 피해자를 2년여간 스토킹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었는데, 중형 선고가 예상되자 선고일 하루 전인 지난 9월 14일 피해자를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흉기로 살해했다.

피해자는 탄원서에서 “저는 한때 누구보다 꿈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일을 겪고 제 시간은 멈춘 것 같습니다. 단 한 가지 희망은 가해자에게 강력한 처벌이 내려지는 것입니다. 평범한 일상을 회복하고 전처럼 지낼 수 있는 용기를 주시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도 다시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때 용기내 스토킹 범죄를 고소한 건 참 잘한 일이었다고, 언젠가 스스로 다독여줄 그날이 오길 바랍니다”라고 했다.

A씨는 “가해자는 제 아이를 2년간 스토킹했고, 아이가 참고 견디다 스토킹 범죄 처벌이 강화된다는 소식을 듣고 고소하자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다”며 “우리 가족은 전주환이 다시 사회로 돌아올까봐, 또 우리를 해칠까 두렵다. 부디 우리 법이 허용하는 가장 중한 처벌을 내려 달라”고 호소했다.

A씨가 증언하는 동안 피해자 어머니는 방청석에 앉아 손수건으로 연신 눈물을 훔쳤다. A씨는 “제 아이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저는 어떻게 남은 생을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다. 숨을 쉬고 있는 제 자신이 원망스럽다”고 울먹였다.

전씨가 살인 혐의를 인정하는 상황에서 공판 증인 신문은 유무죄를 가리기 위해서가 아닌 형량을 어떻게 내릴지에 대한 양형심리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재판부는 다음 달 10일 범죄심리 전문가인 김태경 서원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를 상대로 증인 신문을 한 뒤 심리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