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발생 초기 일부 유튜브 채널이나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번진 음모론이 최근 정치권으로까지 번지면서 혼란이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상당수 음모론에 대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결론 내렸지만, 계속되는 음모론은 본류 수사에도 방해가 되고 있다.
13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수사 초기부터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특수본은 대부분 근거 없는 내용이라고 결론 내렸다. 특수본은 철저한 진상규명 차원에서 시중의 의혹도 모두 진위 여부를 확인한다는 방침이었다. 특수본은 ‘토끼 머리띠’ 남성이 고의로 사람들을 밀었다는 의혹이나 ‘각시탈’을 착용한 남성 2명이 미끄러운 액체를 뿌려 사고를 유발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유튜브를 중심으로 “참사 당일 누군가 나눠준 사탕을 먹고 구토하며 쓰러졌다”는 주장이 나온 뒤 ‘마약설’도 꾸준히 언급되고 있지만, 마약은 이태원 참사 원인과 관련성이 없다는 게 현재까지 특수본의 결론이다. 특수본이 일부 유류품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마약류 성분 검사를 의뢰한 결과도 모두 음성으로 나왔다.
더 큰 문제는 음모론이 공적 공간에서도 재생산된다는 점이다.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인 송언석 의원은 지난 1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현장에서 직선거리로 무려 300m나 떨어진 곳에도 시신이 있었다고 한다”고 발언했다. 이에 특수본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특수본은 조만간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할 방침이다. 국과수에서 회신받은 참사 당일 3D 시뮬레이션 결과 등을 토대로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을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특수본은 이날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정보부장과 김진호 전 용산서 정보과장을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직접 인파 우려 관련 정보보고서를 삭제한 용산서 정보과 직원은 증거인멸 혐의로 불구속 송치됐다. 또 특수본은 곧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할 계획이다. 최성범 용산소방서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주요 피의자에 대한 일괄적 구속영장 신청도 검토 중이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