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부흥·사랑 실천 중요… 한국교회, 개화기 때로 회복해야”

입력 2022-12-15 03:05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가 지난 10일 교회 집무실에서 국민일보와 대담을 갖고 한국교회가 당면한 과제와 해결 방안에 대해 말하고 있다. 우정민 PD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가 최근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대표회장에 취임했다. 장로교 감리교 성결교가 우세한 한국교회 풍토 속에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 목사가 기독교 연합기관 수장에 오른 것이다. 한교총은 성경적인 교회 연합 정신에 따라 쉼 없이 하나 됨을 추구하는 동시에, 한국 사회 속에서 기독교 정신을 구현하기 위한 사업과 정책을 펼쳐가야 하는 임무를 갖는다. 오늘의 한국 기독교가 당면한 상황이 어느 때보다 녹록지 않다는 점에서 이 목사와 한교총의 역할은 중차대하다. 국민일보는 지난 10일 성탄절을 앞두고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이 목사를 만나 한국교회의 사명과 그 역할에 대해 의견을 들었다. 이 목사는 ‘회복’ ‘부흥’ ‘사랑 실천’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하면서 한국교회가 하나 되어 부흥을 이루고 이 사회 속에서 소금과 빛의 소임을 다하자고 강조했다.

대담=이명희 종교국장

-한교총 대표회장 취임을 축하드린다. 취임 인사에서 ‘화합’과 ‘일치’를 강조했다. 하나 되는 한교총을 위해 어떤 복안이 있는지 궁금하다. 정기총회가 있던 날 대표회장 순번제를 두고 격론도 있었다.

“정기총회에서 대표회장 순번제에 관해 이견이 있었던 것은 유감이다. 그런데 한교총의 창립 목적 가운데 하나가 교권주의 탈피, 과열된 선거 문화를 없애자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한교총은 투표 없이 인선위원회 추천을 거쳐 상임회장 회의에서 결의하고 총회에서 인준하는 절차를 진행했다. 앞으로도 이 같은 설립 전통이 이어지길 기도한다. 대표회장으로서 회원 교단들의 목소리를 더 가까이 듣고 소통하는 데 최선을 다하려 한다. 특별히 오늘날 우리 사회와 한국교회가 당면한 문제들을 볼 때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저출산 문제나 동성애 차별금지법, 사학법개정, 이단의 준동 등은 이제 개별 교회나 교단이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이러한 문제들을 바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국교회가 하나로 뭉쳐야 한다.”

-사학법이나 차별금지법 등은 한국교회가 공동 대처해야 한다. 국회와의 관계도 중요할 것 같다.

“여야 국회의원 중 기독교인만 100명이 넘고 그들과 잘 연대해왔다. 모든 정책은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를 기반으로 한다. 사학법의 경우 설립자 뜻을 존중하는 것이 원칙이다. 교육부가 평준화란 이름으로 사학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종교단체의 설립 정신을 훼손시켰다. 기독교 학교가 가진 고유의 채플이나 성경 교육 등이 인권과 평등의 이름으로 역차별을 받게 됐다. 종립 학교는 설립 정신을 존중해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지 국가가 그 선택권을 빼앗아 일방적으로 배정하는 것은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

-차별금지법 1인 시위에도 목사님이 직접 나선다고 들었다.

“교회가 사회적 이슈에 있어서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것을 바로잡기 위해서 목소리를 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교회는 예언자적 사명과 제사장적 사명을 잘 감당해야 한다. 제사장적 사명은 돌봄과 목양이고, 예언자적 사명은 정의를 말하는 것이다. 교회는 그동안 예언자적 사명에 침묵한 경향이 있다.”

-한국교회가 좋은 일을 많이 하는 데도 지난 4월 국민일보 설문조사에서 한국교회 신뢰도는 18%까지 떨어졌다. 얼마 전 한국리서치가 조사한 결과도 기독교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었다.

“개화기 때 기독교 영향력은 지금의 그 어떤 종교와 비교할 수 없이 절대적이었다. 교육 의료 문화 정치 사회 전반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런 기독교가 물질적 번영과 함께 교권주의, 물량주의를 추구했고 갈등과 분열이 심화됐다. 그 결과 영적 리더십을 상실하게 됐다. 이제 한국교회는 개화기 때 기독교 문화를 다시 회복해야 한다. 한교총 대표회장에 취임하며 강조한 게 ‘환골탈태’다. 한국교회가 완전히 새로 거듭나 개화기 모습으로 돌아가 섬기는 교회, 치료하는 교회가 되자는 것이다. 사회를 치유하고 젊은이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기독교의 모습을 회복한다면 신뢰 회복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이번에 10·29 핼러윈 참사 희생자들을 위해 10억원을 한교총에 기탁했고 또 트라우마센터를 설치하기로 했다. 쪽방촌 불우이웃 돕기 등 좋은 일도 많이 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더 많은 면에서 사회를 섬기는 일에 앞장설 것이다. 한국 언론들이 (교회의) 부정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자세히 다루면서 교회의 선행은 축소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 아쉽다. 그러나 언론의 태도가 바뀌면 사회적 인식도 많이 바뀌리라 생각한다. 결국 많은 사람의 생각이 바뀔 때까지 우리는 계속해서 노력해야 한다. 보편적인 기독교의 선한 행위가 알려지도록 한국교회가 하나 되는 것이 중요하다.”

-내년은 다양한 기념의 해이기도 하다. 한국교회가 미국 하와이에 첫 이민교회를 설립한 지 120년, 토머스 하디 선교사의 원산 부흥 120년, 정전협정 70년 등을 맞는다. 한국교회가 의미 있는 2023년을 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원산 부흥 120년 기념은 감리교뿐 아니라 한국교회 전체의 기념행사가 돼야 한다. 1903년 원산 부흥이 1907년 평양 대부흥을 만들어낸 결정적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하디 선교사는 원산 부흥을 기점으로 전국을 다니며 부흥의 물결을 확산시켰다. 내년은 웨슬리안교회를 중심으로 한국교회가 모두 제2 부흥의 원년으로 삼기를 바란다. 지난 가을 개최됐던 세계오순절대회(PWC)의 결론은 앞으로 10년 동안 큰 부흥의 물결이 몰려온다는 것이었다. 세계하나님의성회 소속 교단과 교회들도 한 마음과 한뜻으로 연합해 2033년까지 ‘100만 교회를 세우기 언약(MM33 언약)’을 펼쳐가기로 했다. 내년은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속한 기하성 창립 70주년이자 여의도순복음교회 창립 65주년이 되는 해이다. 제2의 영적 부흥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내년은 국제 정세나 경제적으로도 어두운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교회는 변치 않는 복음을 전하고 살아내야 하는 책임이 있다. 한국교회의 전망을 주요 키워드로 제시한다면.

“‘회복’ ‘부흥’ ‘사랑 실천’이라 할 수 있다. 이 중에서 ‘회복’이 제일 중요하다. 특히 한국 개화기 수준으로의 회복이 필요하다. 지금은 기독교인이 없는 곳이 없는 데도 존경과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회복을 위해서는 철저한 자기 성찰과 반성, 자기 개혁이 있어야 한다. 그 회복을 지나 부흥의 역사를 이루고 그 부흥의 역사가 사랑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

-내년은 여의도순복음교회 설립 65주년이다. 목회 방향과 교회 비전이 궁금하다.

“다음세대를 위한 교회를 만들어야 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가장 큰 위기는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이다. 어떻게 다음세대를 준비하는 교회가 될 것인가. 어떻게 해야 젊은 세대들이 모이는 교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인가 등이 숙제다.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교회가 되어 방향을 잃고 삶을 포기하는 청년들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하나는 소외 계층을 섬기는 데 있어 교회가 사랑의 보금자리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6만 한국교회가 교회의 문을 열어 방과후 돌봄센터나 방과후학교 등에 참여하기를 희망한다. 교회는 사회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저출산 극복을 위해서는 정부와 협력이 중요하다. 정부는 아이 낳을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고 그다음엔 아이를 잘 양육할 인프라를 조성해야 한다. 아이 낳을 분위기를 국가가 만들어주면 기르는 건 교회가 감당할 수 있다. ‘윈윈’이 가능하다.”

-청년층의 극단적 선택이 심각하다. 지난 10월 열린 국민미션포럼에서 어느 교수는 한강의 다리 하나씩 한국교회가 입양하자는 의견을 냈다.

“다리에서 자살을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리로 가지 않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다. 젊은이들이 꿈꿀 희망적인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보금자리와 일자리 창출 등 삶의 기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젊은이들을 위한 근본적 대책이 없는 상태에서는 당분간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교회는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

-목사님은 지난 10월 국제교회성장연구원(CGI) 총재로 만장일치 추대를 받았다. 이에 따라 전 세계 25개국 목회자와 교회성장학자 등으로 구성된 CGI를 이끌게 됐다.

“조용기 목사님의 교회 성장 원리를 전 세계 교회에 소개하고 가르쳐 교회 성장을 돕는 게 CGI의 목적이다. 호주의 경우 교세가 두 배로 확장되는 역사가 일어났다. 이는 조 목사님이 이루신 일이 계속돼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CGI가 저를 총재로 추대한 것은 조 목사님의 사역을 잘 계승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라고 알고 있다. 조 목사님의 뜻이 곳곳에 뿌리내리고 열매 맺도록 성장 세미나를 열려고 한다. 내년 7월엔 케냐에서 조 목사님 초청 성회 30주년 기념 성회를 연다. 1년에 두 번씩은 조 목사님께서 생전 방문하셨던 나라를 찾아 제2의 부흥을 위해 기도하겠다.”

-성탄절 메시지를 주신다면.

“예수님의 탄생에는 ‘낮아짐’ ‘섬김’ ‘희생’이라는 의미가 있다. 성탄절은 인류를 향한 기쁨과 평화, 그리고 희망의 메시지 그 자체다. 아무리 힘들고 어렵더라도 평화의 왕으로 오신 예수님을 바라보자. 낙심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절대 긍정이신 예수님을 바라보고 꿈과 믿음으로 일어나기를 간절히 소원한다.

정리=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