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IRA 될라”… 정부 ‘EU 탄소국경세’ 대응 나섰다

입력 2022-12-14 04:06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이 1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대응현황 점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총리실 제공

정부가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을 앞두고 본격적인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CBAM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더불어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 저감 기술 개발에 약 1조원을 투입하고, EU 측에 무역장벽 해소를 요청하는 ‘투 트랙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정부는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방문규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EU CBAM 대응현황 점검회의’를 열었다. 방 실장은 회의에서 “CBAM이 우리 기업의 EU 수출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비해 기업 차원의 대응 능력을 강화하고, 산업통상자원부 내 통상교섭본부가 중심이 돼 EU 측과 협의를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CBAM은 EU가 탄소 배출 기업에 일종의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EU보다 더 많은 화석연료를 사용해 만든 제품을 EU에 수출하려면 그 차이만큼 EU 탄소배출권 거래제에서 정한 CBAM 인증서를 구매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EU는 기후변화 대응을 내세우고 있지만 CBAM에는 EU 내 기업 피해를 줄이는 보호무역 성격도 있다.

EU 집행위원회와 각료이사회, 유럽의회는 12일(현지시간) CBAM 시행 관련 잠정합의를 이뤘다. 이에 따라 철강과 시멘트, 알루미늄, 비료, 전력, 수소 6개 품목에 CBAM이 적용될 전망이다. 여기에 스크루와 볼트 및 일부 원료제품이 추가될 가능성도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6개 품목 EU 수출 규모는 48억620만 달러(약 6조2720억원)에 이른다. CBAM은 내년 10월 시범 도입된 뒤 이르면 2026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무역 의존도가 높고 고탄소 집약적 산업구조인 한국은 CBAM이 적용될 경우 수출 기업을 중심으로 타격이 불가피하다. 안덕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최근 유럽 언론 인터뷰에서 CBAM과 관련해 “유럽판 IRA처럼 간주될지 모른다”며 우려를 표했다.

정부는 탄소중립 기술 강화와 EU 측과의 외교전을 통해 EU발(發) 무역장벽 위기를 돌파할 계획이다. 우선 국내기업의 탄소중립 대응 지원을 위해 2030년까지 9352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철강·화학·시멘트 분야 탄소중립 핵심기술을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EU와의 접촉면도 늘릴 계획이다. 안 본부장은 이달 초 EU를 방문해 CBAM이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통상규범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마련되길 희망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