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13일 당정청회의 때 임동호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들었다는 이야기는 본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진술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지난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3부(재판장 장용범) 심리로 열린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공판에서 증인 주모씨의 증언이 끝나자 검사 측은 이같이 말했다. 임 전 최고위원의 측근이자 민주당 울산시장 울주군지역위원장 출신인 주씨는 임 전 최고위원이 청와대로부터 2018년 지방선거 출마를 만류하는 메시지를 다양한 경로로 받았다고 법정에서 말했다. 앞서 임 전 최고위원도 ‘1급지’ ‘A급지’로 불리는 고연봉 공공기관장 자리까지 제안받으며 출마를 만류당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었다.
검사 측이 재판 시작 2년10개월여 만에 ‘본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진술’을 언급한 이유는 주씨 증언에 그간 검찰 진술이나 법정 증언으로 나오지 않은 청와대 고위층의 구체적인 압박 정황이 담겼기 때문이다. 주씨는 임 전 최고위원이 2018년 2월보다 앞선 시점 청와대에서 열린 당정청회의에 참석했는데, 임 전 실장이 정회 시간에 임 전 최고위원을 따로 불러냈다고 했다. 이때 임 전 실장이 “자리가 다 얘기됐으니 출마를 접어주면 좋겠다” “조만간 한병도(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전화가 갈 것이니 받으라”고 했다는 게 주씨 주장이다.
주씨는 “당정청회의 시점부터 자리 제안을 했다고 들었다. ‘VIP(대통령)하고 이야기 다 됐으니 받아들이라는 식이었다’고 들었다”고 당시 임 전 최고위원의 말을 전했다. 주씨에 따르면 임 전 최고위원은 당정청회의 이후 또 다른 민주당 인사를 만났는데, 그에게서 “임 전 실장이 그렇게 이야기했으면 VIP의 뜻이다. 따르면 된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주씨의 이런 발언에 검사뿐만 아니라 피고인인 한 전 수석 측도 “굉장히 중요한 얘기”라고 반응했다.
주씨는 2018년 2월 12일 실제로 임 전 최고위원이 한 전 수석과 청와대 인사수석실로부터 전화를 받는 장면을 목격했으며, 해당 통화가 스피커폰으로 이뤄져 일부 대화를 기억한다고도 했다. 그가 기억하는 한 전 수석의 발언은 “잘 생각해 봐라. 굳이 어려운데 출마하려 하느냐” 하는 식이었다고 한다. 임 전 최고위원은 사석에서도 “전화가 BH(청와대)에서 온다. 고민스럽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은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오랜 친구인 송철호 전 울산시장의 당선을 위해 경찰이 상대 당 김기현 후보 측을 수사하고, 청와대는 송 전 시장 당내 경쟁자의 출마를 막았다는 등의 내용이다. 청와대는 법원의 영장 발부에도 검찰 압수수색을 거부했었다. 2020년 1월 송 전 시장 등에 대한 기소 이후 1심 재판만 3년 가까이 진행 중이다. 임 전 최고위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인터뷰는 하지 않는다.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