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지역 상급종합병원인 가천대 길병원이 의료진 부족으로 인해 소아청소년과(소청과) 입원 진료를 잠정 중단키로 한 소식은 충격적이다. 의료 여건이 최상급인 대학병원, 그것도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에서 의료 공백이 발생한 것은 소청과 전공의(레지던트) 부족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를 보여준다. 길병원은 소청과 4년 차 전공의들이 전문의 시험 준비에 들어가면 2년 차 전공의 1명만 남게 돼 입원 환자 진료가 불가능한 여건이라고 한다. 전공의 충원이 안 되면 진료 중단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
소청과 전공의 부족은 길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2023년도 전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전국 수련병원 67곳 중 소청과 지원자는 전체 정원(201명)의 16.4%인 33명에 그쳤다. ‘빅5’로 불리는 서울의 초대형 병원들조차도 대부분 미달이었다. 저출생 가속화로 장래가 불투명하고 보상이 적어 지원자가 급감하는 추세이고 이는 인력난으로 인한 업무량 가중으로 이어져 지원이 더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졌다.
소청과가 가장 심각하지만 흉부외과, 외과, 응급의학과 등 필수 진료과들도 전공의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마찬가지다. 피부과, 성형외과, 정신건강의학과 등은 지원자가 몰리고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 전공 분야는 전공의를 충원하지 못하는 현상은 정상이 아니다. 필수의료 붕괴가 더 심화되기 전에 정부는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9일 공청회에서 건강보험 적용 기준 강화와 ‘의료 쇼핑’ 제한 등을 통해 아낀 돈을 중증·응급질환 진료와 산부인과 소아과 등 필수의료 확충에 쓰겠다고 했고, 윤석열 대통령도 13일 국무회의에서 그 같은 방침을 재확인했다. 올바른 방향이다. 필수의료 분야의 의료수가를 높이는 등 보상을 확대해야 한다. 소위 ‘꼭 필요하지만 돈벌이는 안 되는’ 필수의료 전공·전문의 충원을 유도할 수 있도록 병원에 대한 유인책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부족한 의료 인력 충원도 서둘러야 한다. 지난해 우리나라 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5명(한의사 제외 2.1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3.7명)보다 1.2명 적다. 16년째 동결된 전국 의대 총정원을 늘려야 한다. 의료시스템이 취약한 지방에서 근무할 의료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공공 의대 설립도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다. 전체 의사 수가 지금보다 더 많아져야 필수의료 전공의와 개업의가 늘어날 여지가 커지고 의사 수도권 쏠림 현상도 완화될 수 있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