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尹정부에서 더 뻔뻔해진 모피아 낙하산 인사·관치금융

입력 2022-12-14 04:02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지난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에서 ‘금융권 모피아 낙하산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금융노조는 “대통령의 철학과 다르게 금융권 낙하산이 연이어 거론된다”며 “낙하산 저지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1인당 국민소득 기준으로 선진국에 진입한 우리나라가 금융산업에선 후진성을 면치 못하는 근본 원인은 모피아(재무부+마피아) 인사들의 회전문식 낙하산 인사와 ‘관치’에 있다. 시장원리를 무시한 당국의 과도한 개입이 국가를 부도 직전까지 내몰고 은행 구조조정과 대규모 실업 사태를 야기했음은 25년 전 외환위기 때 뼈저리게 경험했다.

그런데 윤석열정부에서도 이런 폐습이 더 노골화할 조짐이어서 우려스럽다. 그제 농협금융이 7대 회장에 금융위원회 상임위원과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을 지낸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의 선임안을 의결했다. 윤 대통령 후보 시절 대선 캠프를 거쳐 인수위원회 특별고문을 지낸 그가 선임되자 전국금융산업노조는 낙하산 인사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가 행동에 나선 건 농협금융뿐 아니라 앞으로 임기 만료를 앞둔 금융권 최고경영자들이 정부 입김에 줄줄이 교체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일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돌연 3연임을 포기한 건 당국에서 ‘신호’를 줬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또 김지완 BNK지주 회장 후임엔 이명박 전 대통령 측근인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과 옛 재정경제부 출신인 김창록 전 산업은행 총재 등이 하마평에 오른다. 이런 분위기는 지난달 중순 윤 대통령 측근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내년 3월 임기 만료되는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에게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압박을 하면서부터 감지됐다. 손 회장 후임엔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 등이 거론된다. 금융지주 주식 1주도 소유하지 않은 금융 당국 수장 한마디에 금융권이 회장 물갈이 공포에 싸이는 건 금융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음을 뜻한다.

금융위원회는 보험 증권 등의 금융사를 거느린 삼성 한화 등 자산 5조원 이상 7개 재벌의 금융 건전성을 관리해온 ‘금융그룹감독혁신단’을 해체한다고 한다. 최근 자금난으로 제2 금융권 관리 강화가 더 절실한 시점에서 이해할 수 없는 행보다. 금융권은 옥죄고 재벌 압박은 풀어주는 것도 민간 주도 성장 기조의 일환인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