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MZ세대 인식을 다룬 12월 12일자 국민일보 2면 “빨간 띠·쇠구슬은 옛날식 투쟁” 기사에서 민주노총 지부장의 멘트가 눈에 띈다. 그는 “젊은 사람들이 총파업 같은 노동운동에 공감하지 못한다는 분위기가 있었다. 앞으로 교육을 통해 (정당성 등을) 인식시켜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MZ노조원들의 이반을 화물연대 파업 실패 원인 중 하나로 꼽은 것까지는 좋았는데 해법이 ‘라떼식’ 정신무장 교육이다. 한심한 발상이다.
MZ세대들은 민주노총식 노동운동에 거부감을 많이 느낀다. 민주노총은 정치, 이념 파업에 젖어 있는데 반해 MZ세대는 공정과 합리를 요구한다. 민주노총 산하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노조가 정규직 전환을 내걸며 파업하자 건보공단 MZ노조원들이 공정성 침해, 역차별이라고 반발했다. 지난해 스타벅스 직원들이 처우 개선을 위한 ‘트럭시위’를 벌일 때 민노총에서 “도와주겠다”고 하자 “당신들 필요없다”며 거절했다. 현대차 젊은 직원들이 생산직 노조에 “투쟁 말만 들어도 토 나온다”고 말한 게 보도되기도 했다.
무지한 젊은이들의 철없는 푸념일까. 화물연대 노조원 일부가 파업 중 운행에 참여한 비노조원들에게 쇠구슬을 쏘고 “길바닥에서 객사할 것”이란 저주를 퍼부었다. 그런 뒤 파업 현장에서 도박판을 벌였다. 노동권과 상관없는 ‘주한미군 철수’ ‘반미 투쟁’ 구호가 수시로 나온다. 진영 싸움, 이념 투쟁, 내로남불이 일상이다. 기성세대들도 눈살이 찌푸려질 판에 MZ세대가 호응하길 바라는 게 무리다. 그러고 나선 교육에 집중하겠단다. 교육은 민주노총 지도부에 더 시급해 보인다. 강좌명은 ‘시대착오 극복법’이 적합하겠다.
군말 없이 ‘민주노조 깃발 아래’ 모이는 철의 노동자들은 사라지고 있다. 대의를 위해 개인의 권리를 희생하는 것을 못 참고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 여기는 세대가 사회 주력이 돼 간다. 이런 변화에 눈 감느냐, 발을 맞추느냐가 민주노총의 위기와 기회 분기점이 될 것이다. 창립 27년 만에 민주노총은 임자를 제대로 만났다.
고세욱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