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 노동개혁의 밑그림이 될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최종 권고안은 크게 주52시간제 유연화와 직무·성과 중심으로의 임금체계 개편이 핵심이다. 연구회는 노사의 자율적 선택권을 확대해 근로시간 총량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현행 60세 정년을 늘리는 방안에 대한 논의도 예고했다. 최근의 화물연대 총파업 등으로 정부와 날을 세우고 있는 노동계는 되레 사용자의 재량권을 확대하는 방안이라며 당장 반발하고 나섰다. 권고안 현실화를 위해선 야당이 다수인 국회의 벽도 넘어야 하는 상황이다.
연구회는 12일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주’에서 ‘월·분기·반기·연’으로 바꾸는 근로시간 개편안을 정부에 권고했다. 산술적으로는 주당 69시간까지 일하는 게 가능해진다. 연구회는 “집중 근로가 필요한 시기에 연장근로를 조금 더 사용하고, 근로시간 수요가 적거나 필요 없는 시기에 근로시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해 시장수요에 대한 탄력성을 높이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권고안에 따르면 단위가 길어질수록 전체 연장근로시간 총량은 줄어든다. ‘분기’ 단위의 총 연장근로시간은 월 단위의 90%인 140시간, ‘반기’ 단위는 80%인 250시간, ‘연’ 단위는 70%인 440시간이다.
연구회는 노동자의 충분한 휴식 보장을 위해 근로일 사이 최소 11시간의 연속휴식을 부여해야 한다고 함께 권고했다. 또 근로자의 근로일, 출퇴근 시간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해 유연근무제의 하나인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정산 기간을 확대해야 한다는 방안도 내놨다. 사실상 사문화된 ‘보상휴가제’를 ‘근로시간저축 계좌제’로 대체·강화하는 등 다양한 휴가 사용 문화를 확산시켜야 한다는 주문도 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임금체계의 경우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체계를 성과 중심으로 전환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중소기업 등 임금체계가 아예 없는 사업장에 대한 정부 지원과 더불어 현행 법적 정년인 ‘60세’ 이상 계속 고용을 위한 제도 정비 및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당부가 나왔다. 저출산·고령화가 가속화하면서 경제활동인구가 줄고, 국가의 경제 동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진단에 따른 것이다.
연구회는 “노동시장 내 중·고령 근로자의 고용연장과 청년의 노동시장 진입이 원활하고 조화롭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임금·근로시간의 변경, 적합 직무로의 전환 등이 가능한 법과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고령자의 고용 지속이 필요하고, 임금체계 개편을 통해 정년연장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양대 노총은 권고안에 대해 “장시간 노동체제로 회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권고안이 자율적 선택권보다는 노동시간에 대한 사용자 재량권을 확대시켰다”며 전면적 재검토를 촉구했다. 민주노총도 “중소영세 사업장,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선택’ ‘자율’이라는 말 자체가 허황되다”고 지적했다.
세종=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