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관련 댓글 10중 8개는 ‘혐오’… 정치권, 지역 감정 선거 활용에 확산

입력 2022-12-13 04:06 수정 2022-12-13 19:49

네이버 댓글창에서 ‘전라도’라는 특정 지역에 대한 혐오가 유난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와 달리 실생활에선 해당 지역에 대한 차별이 많이 해소됐는데 왜 온라인에서는 여전히 혐오 표현이 등장하는 것일까.

국민일보가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이원재 교수팀과 2021년 1월부터 지난 6월까지 네이버 기사 약 537만개에 달린 약 1억2000만개(사회 5000만개, 정치 7000만개) 댓글을 종합해 ‘토픽모델링’ 분석한 결과 정치·사회 부문 기사에서 ‘전라도’ 관련 내용이 들어간 댓글 10개 중 8개는 지역혐오와 악플·욕설을 포함하는 등 혐오의 감정이 짙은 댓글인 것으로 나타났다. 토픽모델링은 다수의 댓글에서 맥락이 비슷한 댓글들을 모아 추려내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 분석 기법이다.


해당 기간 정치, 사회 부문 뉴스에서는 각각 20여개의 토픽이 출현했는데 ‘전라도’ 언급 댓글의 혐오가 다른 토픽보다 높게 나타났다.

전라도에 대한 혐오가 치솟은 시점은 지난 3월로, 정치권에서 지역감정을 이용해 선거에 활용하면서 혐오 감정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3월 한 달간 정치 부문 기사에서 작성된 ‘전라도’ 관련 내용을 포함한 댓글 중 ‘지역 혐오’로 분류된 댓글의 비율은 96.8%로, 댓글을 작성한 대다수가 혐오를 표출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때 작성된 혐오 댓글은 전월 대비 약 5.7배 급증한 수치로 정치 이벤트 전후로 혐오 댓글이 많이 증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온라인에서 쓰이는 지역 혐오의 표현은 일종의 ‘밈’이나 ‘비방어’의 한 종류로 쓰이는 듯한 현상을 보인다. 실제로 온라인에서 전라도 혐오 표현으로 쓰이는 ‘라도’, ‘홍어’ 등의 단어는 그 자체로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 않다. 호남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더불어민주당이나 진보 진영을 공격하거나 배척하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될 뿐이다. 좌빨, 빨갱이 같은 표현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조경현 조선대 교수는 12일 “과거 빨갱이라는 말이 6·25를 전후해 공산당을 공격하는 말로 쓰이다 80~90년대엔 공산당이 아니라 보수 집권당에 대립하는 세력을 배척하는 단어로 쓰였다”며 “이런 것처럼 호남 지역에 대한 혐오 표현도 그 단어 자체가 순수한 혐오감의 표현 도구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