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작년 시위 계기 ‘미운 털’… 댓글 65%에 ‘부정’ 표현

입력 2022-12-13 04:04
지난해 7월 3일 오후 종로3가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노동법 전면 개정 등을 요구하며 도로를 점거한 채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어 버스가 도로에 갇혀 있다. 연합뉴스

네이버 기사 댓글 중 ‘민주노총’이 언급된 댓글에서 다른 여러 토픽보다 유난히 혐오 분포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일보는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이원재 교수팀과 2021년 1월부터 지난 6월까지 네이버 기사 약 537만개에 달린 약 1억2000만개(사회 5000만개, 정치 7000만개) 댓글을 종합해 ‘토픽모델링’ 분석했다. 그 결과 정치·사회 부문 기사에서 ‘민주노총’ 관련 내용이 들어간 댓글 10개 중 6.5개는 기타 혐오, 악플·욕설 등 혐오의 감정을 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토픽모델링은 다수의 댓글에서 맥락이 비슷한 댓글들을 모아 추려내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 분석 기법이다. 연구팀은 스마일게이트 AI프로그램 ‘언스마일’을 활용해 여성·가족, 남성, 성소수자, 인종·국적, 연령, 지역, 종교, 기타혐오, 악플·욕설, 비혐오(clean)로 분류했다.


정치 부문 기사에 달린 ‘민주노총’ 관련 내용을 다룬 댓글의 57%가, 사회 부문 댓글의 60%가 혐오 댓글로 나타났다. 민주노총에 대한 혐오가 극심했던 것은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린 지난해 7월이었다. 정치·사회 부문 기사에서 ‘민주노총’ 관련 내용이 들어간 댓글 수는 같은 해 6월 대비 9배가 늘었다. 혐오 댓글의 비중도 전월 대비 약 7.6배나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민주노총은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약 2시간 동안 기습 시위 및 행진을 진행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줄어들지 않는 시점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는 부정적인 여론을 불러일으켰다. 과거 극우단체의 집회와 민주노총 집회에 대한 문재인정부의 대응 태도가 달랐다는 점에서 반대 정파의 사람들로부터 공격대상이 된 측면도 있다.

민주노총의 투쟁 방식뿐 아니라 내용에 대한 불만도 감지됐다. 민주노총은 문재인정부의 대선공약인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의 이행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건강보험공단 콜센터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집회 및 시위 강행을 했는데, 구직난을 겪고 있는 청년 세대에겐 오히려 불공정한 행태로 보였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양승훈 경남대 교수는 12일 “예전에도 노조에 대한 긍정적인 감정이 많지는 않았지만, 부정적인 감정이 두드러지는 것은 민주노총이 품지 못하는 영역 밖 청년들이 늘었고, 그들이 온라인에서 노조에 대한 부정적 표현을 쏟아내고 있다”고 언급했다. 양 교수는 “노조가 우리 사회 전체의 대의를 추구하는 운동도 했지만 지금은 정년 연장, 임금 인상 위주로 구도가 잡혀서 반감이 많이 생겼다”며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도, 정규직 전환을 바라는 계약직과 정규직 조합원 간 갈등이 심해지는 것도 부정적인 감정 발화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갈수록 좋은 일자리를 얻기 어려운 시대가 되면서 청년 세대에게는 민주노총 역시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집단처럼 여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노동 가치’에 대한 변화가 젊은 세대 사이에서 노조 보다는 친기업적인 방향으로 드러나는 측면도 있다. 김현미 연세대 교수는 “저성장 시대에 도달하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경제적 불안함을 메우기 위해 주식 투자와 영끌을 계속한다”며 “이 과정에서 기업의 이윤 확장을 자신의 입장과 동일시하다보니, 자신의 생존과 돈벌이를 기업의 자본 확장과 일치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경연 김나래 조민영 김성훈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