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13일 출근길부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시위가 열리는 지하철역에서 열차 운행이 심각하게 지연되면 무정차 통과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12일 오후 서울교통공사, 경찰 등과 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다만 구체적인 지연 기준은 현장 판단에 맡기기 위해 특정하지 않았다. 전장연은 12∼15일 4·6호선 삼각지역에서 오전 8시와 오후 2시 하루 두 차례씩 선전전을 예고한 상태다.
시 관계자는 “13일 아침 삼각지역 시위부터 무정차 통과 방침을 적용할 계획”이라며 “무조건 정차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심각한 열차 지연이 발생한다고 판단되면 역장이 관제와 상의해 무정차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관련 규정상 무정차 통과에 충분한 근거가 있다는 입장이다. 교통공사 관제 업무 내규 제62조와 영업사업소 및 역 업무 운영예규 제37조에는 ‘운전관제·역장은 승객폭주, 소요사태, 이례 상황 발생 등으로 승객 안전이 우려될 경우 역장과 협의하거나 종합관제센터에 보고해 해당 역을 무정차 통과시킬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전장연 시위는 ‘소요 사태 또는 이례 상황’에 해당한다는 게 현재 시의 판단이다.
시는 시위가 예고됐거나 무정차 통과가 결정되면 차량 내에서 안내방송을 하고 ‘또타지하철’ 앱을 통해 공지할 예정이다. 안전 안내 문자는 별도로 발송하지 않는다. 또 무정차 통과시 운임 환불, 대안 동선 안내, 반대편 열차 탑승 편의를 위한 게이트 개방 등 현장 대응을 강화하고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관계기관 회의를 지속해서 열 방침이다.
서울교통공사는 회의 종료 이후 무정차 방안에 대해 “장기화한 불법 운행방해 행위로 최고 약 4시간23분에 달하는 열차 지연, 민원 제기 등 시민 불편이 발생하고 있을 뿐 아니라 출퇴근 시간에는 혼잡도가 높아 안전사고가 우려돼 추가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전장연이 지난해 초부터 이달 2일까지 총 80회의 시위를 하면서 공사에 접수된 관련 민원은 8873건에 이른다. 아울러 시위 중 ‘답답해서 숨을 쉬지 못하겠다’는 119 신고가 접수돼 소방관 13명이 출동하거나 지하철 보안관이 전동휠체어에 발이 밟혀 다치는 일 등도 발생했다. 공사 관계자는 “누적된 피해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향후 대응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무정차 방안은 대통령실 요청에 따라 검토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장연 측은 이에 대해 “대통령실과 서울시는 무정차로 장애인 권리를 무시하고 있다”며 “무정차 통과에 따른 후속대책은 장애인 권리를 예산으로 보장하는 대책이어야 한다”고 반발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