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해임안’ 태풍… 여야 모두 “역풍은 상대방이 맞을 것”

입력 2022-12-13 00:04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2일 정부서울청사에 출근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이 장관은 출근길에 취재진이 ‘해임건의안이 통과됐는데 거취 표명 계획이 있나’라고 묻자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단독으로 통과시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과 관련해 여야 모두 “상대방이 역풍을 맞을 것”이라는 ‘아전인수식’ 전망을 12일 내놓았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국민적 참사를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다”면서 “민주당이 민심의 분노를 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 장관 해임건의안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는 ‘이태원 참사’를 책임지지 않겠다는 처사로 비칠 것”이라며 “여권이 국민적 반발을 살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정치 전문가들은 여야 모두 예견됐던 움직임을 펼쳤기 때문에 이 장관 해임건의안 문제가 어느 한쪽의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통령실은 이날 이 장관 해임건의안 문제와 관련해 “해임 문제는 진상이 명확히 가려진 후에 판단할 문제라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재명 부대변인은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희생자와 유족들을 위해서는 진상 확인과 법적 책임 소재 규명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를 통해 국가의 법적 책임 범위가 정해지고 이것이 명확해져야지만 유족에 대한 국가 배상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 지도부 의원은 “해임건의안 통과로 이 장관에게 책임부터 먼저 덮어씌우고,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시작하자’는 민주당의 주장은 앞뒤가 안 맞는 것”이라며 “대다수 국민은 민주당의 행동을 정략적이라고 느낄 것이며, 특히 중도층이 민주당에 등을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 초선의원도 해임건의안과 관련해 “민주당이 국민들의 시선을 돌리고, 이재명 대표의 비리를 은폐하기 위해 악수를 뒀다”면서 “민주당이 제 발등을 제대로 찍었다”고 주장했다. 수도권 의원은 “이 장관 해임건의안 문제로 예산안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면서 “민주당은 민생과 국정운영의 ‘발목잡기’ 정당으로 더욱 강하게 인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민이 등을 돌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 장관에 대한 싸늘한 민심을 윤 대통령이 전혀 읽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이태원 참사 문제를 가벼이 대처했다가는 정권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는 책임 회피에 급급한 정부의 책임을 묻는 첫 단추를 끼운 것”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민의 뜻과 국회의 뜻을 존중하기를 당부한다”고 압박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윤 대통령이 국민 뜻을 정면으로 맞서며 또다시 국민이 준 마지막 기회를 걷어찬다면 민심의 혹독한 심판이 기다릴 뿐”이라며 “집권여당 전체가 대통령의 후배 장관 한 명 지키겠다고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거부하며 몰염치한 몽니를 부리는 모습도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여야의 주장과 관련해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어느 쪽이든 역풍은 별로 없을 것”이라며 “윤 대통령의 거부와 국민의힘의 국정조사 거부는 애초 예견된 일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중도층은 민생과 직접 관련 있는 부분에 대해서만 요동친다”며 “지금 여야는 정치적 현안을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홍준일 정치평론가는 “국정조사나 책임자 경질이 흐지부지될 경우 윤 대통령에게 역풍이 불 수 있다”고 말했다.

구승은 김승연 이상헌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