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사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고교 1~3학년 전체 내신성적을 절대평가(성취평가)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교육부에 지시했다. 지난 정부에서 고교학점제를 추진하며 2, 3학년만 절대평가를 하기로 했지만 이를 모든 학년에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교육부는 “적극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이 부총리는 지난 9일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지난 정부의 고교학점제 도입 방안 중) 정말 이상한 게 공통과목은 9등급제를 존치한다는 것”이라며 “9등급제를 없애려고 고교학점제를 시행하는 거고 고교학점제에서 가장 중요한 게 9등급제를 없애는 일인데 공통과목에서 9등급제를 버젓이 두는 건 개혁이 아니다. 있을 수 없는 제도로 차라리 (고교학점제를) 안 하는 게 낫다”고 잘라 말했다.
문재인정부는 지난해 8월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적용을 위한 단계적 이행 계획’에서 2, 3학년 때 주로 이수하는 선택과목은 성취평가로 전환하되 1학년에서 주로 공부하는 공통과목은 현행 석차 9등급제를 유지한다고 했다. 성취평가란 개별 학생의 성취수준을 A~E 5단계로 절대평가하는 제도로 모든 학생이 ‘A’를 받을 수도 있다.
이 부총리 방침대로 성취평가가 전 학년으로 확대되면 파장은 상당할 전망이다. 일단 고1 내신성적을 잘 받기 위한 선행학습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 입시 전문가들은 고1 내신만 상대평가일 경우 중학교 사교육이 폭증할 것으로 본다. 고1 성적이 저조한 학생들이 수능에 몰두해 수업이 파행되는 상황도 줄일 수 있다.
대신 자율형사립고와 특수목적고 진학 경쟁은 치열해질 수 있다. 현재 이들 학교로의 진학을 주저하는 이유 중 하나가 치열한 석차 경쟁이기 때문이다. 고교 내신성적으로 뽑는 학생부교과전형 운영이 어려워지는 등 수시모집 전반에도 영향은 불가피하다. 또 ‘성적 부풀리기’ 방지책도 마련해야 한다.
이 부총리는 “그동안 전문가 그룹과 토론을 진행했고, 이제 공개적으로 논의할 때가 됐다”며 “학교 현장과 전문가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신중히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내년 2월쯤 성취평가제 적용 방안을 포함하는 고교학점제 보완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박상은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