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뒷담] 퇴직연금 시장에 경고장 보낸 당국… 메리츠 겨냥?

입력 2022-12-13 04:06

금융당국이 최근 퇴직연금 시장 과당경쟁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보험업계에서는 올 들어 시장에 뛰어들어 ‘미꾸라지’ 역할을 한 메리츠화재 때문이라는 불만이 팽배하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잇달아 “퇴직연금 시장 과당 경쟁을 자제하라”는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금감원은 전 금융권에 퇴직연금 원리금 보장(확정 금리)형 상품 제공 여부와 금리 수준 등을 알려달라는 공문도 보냈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사실상 메리츠화재를 향한 경고 메시지라고 해석한다.

메리츠화재는 2005년 퇴직연금 제도 도입 당시 손해보험사 중 처음으로 사업권을 취득했다. 이후 저금리 시대가 도래해 수익성이 나빠지자 2012년 퇴직연금 영업을 중단하고 사업권을 반납했다. 최근 금리가 올라 퇴직연금 사업 매력도가 높아지자 올해 슬그머니 시장에 재진입했다.

퇴직연금 사업권이 있는 금융사는 사업자, 없으면 비사업자로 분류된다. 사업자는 퇴직연금 가입 고객으로부터 자금을 직접 유치해 관리할 수 있다. 비사업자는 사업자에게 금융 상품을 제공하는 일만 가능하다.

또 사업자는 다음 달에 판매할 원리금 보장형 퇴직연금 금리를 얼마나 제공할지 미리 정해 공시해야 한다. 반면 비사업자는 이런 공시 의무가 없다. 비사업자들이 사업자 공시를 훑어본 뒤 0.1% 포인트를 더 얹어 퇴직연금 고객을 흡수하는 ‘커닝 공시’가 횡행했는데 이 중심에 메리츠화재가 있다는 것이 금융권 평가다. 메리츠화재가 올 상반기에만 거둬들인 퇴직연금 원수 보험료는 4000억원이 넘는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메리츠화재가 올해 퇴직연금 시장에 다시 뛰어들면서 ‘10조원을 끌어모으겠다’며 시장을 혼탁하게 만들어 원성이 자자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메리츠증권이 주선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상당한 자금을 투자했던 메리츠화재가 유동성 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는 해석도 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