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가 최근 금융감독원의 약관 심사를 통과했지만 국내 서비스를 시작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애플페이 결제 과정에서 국내 정보가 국외 망으로 넘어가는 것이 개인정보보호법과 신용정보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어 금융당국이 검토에 들어갔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애플페이와 국내 제휴사 현대카드는 국내 가맹점에서 오가는 모든 결제 정보를 유로페이와 마스터카드, 비자가 만든 ‘EMV’ 표준을 이용해 승인할 예정이다. 그런데 이는 금융사의 업무 위탁 등에 관한 규정 등 법규에 어긋날 가능성이 있다. 금융당국은 애플페이가 국내 가맹점 결제 업무를 국외 업체에 위탁해 처리하는 것이 현행법상 문제가 없는지,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가 충분히 마련됐는지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이다. 삼성페이 등 국내 간편 결제 서비스는 국외 결제에 한해서만 국외 망을 이용한다.
현대카드는 애플페이 서비스의 국내 안착을 위해 근접무선통신(NFC) 방식 단말기도 보급해야 한다. 애플페이는 집적회로(IC) 칩이나 마그네틱보안전송(MST) 방식 단말기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삼성페이와 달리 반드시 NFC 단말기가 필요하다. 문제는 국내 가맹점 290만곳 중 NFC 단말기를 보유한 곳은 10% 안팎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NFC 단말기 1대를 보급하는 데는 15만원가량이 든다. 각 가맹점이 이 비용을 부담할 수 없어 현대카드가 책임지기로 했는데 이는 리베이트 제공을 금지한 여신전문금융업법(제24조의 2 제3항) 위반이 될 수 있다. 금융당국은 현대카드가 애플페이를 독점적으로 들여오기 위해 국내 가맹점에 NFC 단말기를 지급하는 것은 리베이트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별도 수수료도 부담이다. 애플은 페이 서비스 국가에서 제휴 카드사에 매출액의 최대 0.15%를 수수료로 요구한다. 현대카드는 EMV 결제 표준 이용료도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페이 서비스 국내 도입에 적극적인 현대카드 특성상 이를 모조리 부담하겠다고 나설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는 앞으로 연회비 인상이나 혜택 축소 등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카드업계 대다수의 의견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삼성페이 등 다른 국내 간편 결제 서비스는 신용카드사에 별도 수수료를 요구하지 않고 있다”면서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국내 서비스를 1년간 독점하기 위해 애플 측의 무리한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카드업계 전반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져 소비자 혜택이 줄어드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