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심이 승패 가른다” 與 당권주자 ‘우향우’

입력 2022-12-13 04:10
국민DB

차기 당대표를 뽑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높이는 방안이 추진되자 당권주자들도 이런 움직임에 발맞춰 ‘우향우’ 행보를 펼치고 있다.

국민의힘의 현행 규정은 ‘7(당원투표)대 3(여론조사)’ 룰로 당대표를 선출하는 것이다. 그러나 친윤(친윤석열)계를 중심으로 당심(黨心) 비중을 높이기 위해 ‘9대 1’로 개정하려는 시도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과거 전당대회에 비해 당심 확보가 당대표 선거의 승리 조건으로 떠오르면서 보수 성향 당원들을 향한 구애 경쟁이 더 뜨거워지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이 보수적인 당원들을 의식해 우편향적 메시지를 발산하면서 중도층이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가세하면서 ‘9대 1’ 룰 변경 논의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12일 부산에서 열린 부산시당 당원만남 행사에서 “1년반 전에 이준석 전 대표를 뽑은 전당대회의 책임당원이 28만명이었는데, 지금은 100만명”이라며 “100만 책임당원 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역할과 권한을 (전당대회 룰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이 직접 나서 당심 반영비율을 높이는 룰 개정을 시사한 것이다. 정 위원장은 전당대회 시기와 관련해선 ‘3월 초’ 시간표를 제시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우향우’ 메시지가 쏟아지고 있다. 친윤계 맏형 권성동 의원이 지난 10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출범을 거론하면서 논란을 촉발시켰던 것이 대표적인 예다. 권 의원은 “지금처럼 시민단체가 조직적으로 결합해서 정부를 압박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며 “세월호처럼 정쟁으로 소비되다가 시민단체의 횡령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극우 유튜버 같은 막말을 멈추고 유가족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다른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도 페이스북에 “우리 사회 일각에는 여전히 이태원 사망자를 추모한다는 명분으로 정권퇴진을 외치는 불순 세력들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썼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한 초선의원은 “정치경험이 많은 두 중진의원이 자신의 발언이 불러올 파장을 몰랐으리라고 보지 않는다”며 “이들 당권주자는 당원들을 의식해 논란을 만들었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당권주자들 사이에서는 ‘이재명 때리기’ 발언이 쏟아진다. 또 민주당이 해임건의안을 처리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감싸기’에도 열을 올린다.

그동안 친윤계와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이 장관의 자진사퇴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쳤던 안철수 의원은 민주당의 해임건의안 처리에 대해선 “오직 정치적 이익을 얻을 목적만을 위한 공세에 불과하다”고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수도권 의원은 “‘도로 영남당’이 되면서 중도층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현수 박민지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