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은 처음이라 사전에 공부를 좀 했어요. 붓을 잡는 법이라든지 서책을 보는 속도, 읽는 법도 미리 생각해봤죠.”
지난 4일 종영한 tvN 드라마 ‘슈룹’에서 성남대군을 열연한 배우 문상민을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사에서 만났다. 190㎝ 훤칠한 키의 문상민은 세자를 연기할 때 보여준 근엄한 표정과 달리 20대 초반의 발랄함이 그대로 느껴지는 얼굴이었다.
성남대군은 중전 임화령(김혜수)의 아들이다. 어릴 때 어머니와 떨어져 살았던 아픔을 가진 인물이다. 불치병을 앓던 형님(세자)을 위해 어렵게 약재까지 구해올 정도로 지극한 형제애를 보여주기도 했다. 갖은 노력에도 결국 형님이 죽자 남은 동생들과 어머니를 지켜야 한다는 일념으로 다음 세자가 되기 위해 매진하는 책임감 강한 캐릭터다.
2019년 웹드라마 ‘크리스마스가 싫은 네 가지 이유’로 데뷔한 그는 넷플릭스 시리즈 ‘마이 네임’을 거쳐 ‘슈룹’을 찍으면서 처음으로 비중이 큰 역할을 맡았다. 배우 김혜수나 최원영 등 연기파 선배들에게 조언도 들을 수 있었다고 했다. “(선배들에게) 감사했던 건 문상민이 생각하는 성남을 많이 존중해줬어요. 그걸 토대로 화령과 성남, 이호와 성남이 어떤 관계인지, 성남이가 생각하는 화령은 어떤 상태인지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 성남에게 녹아들면서 연기하게 됐어요.”
문상민이 연기한 성남대군은 세자가 되기 전후로 나뉜다. 그는 “초반의 성남은 상처가 있고 감정적이며 마초적으로 보이려고 했다”며 “형의 죽음 이후에는 세자가 되고 여유로움, 차분함, 강단 등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부연했다. 성남대군이란 캐릭터에 가장 공감한 건 가족을 지키려는 지극한 마음이었다. 문상민은 “형을 떠나보내고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이 (성남대군의) 1순위였다”며 “왕세자 경합을 하고 때론 무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울컥했다”고 전했다.
문상민은 ‘슈룹’에 1년을 온전히 쏟아부었다고 회상했다. “쉽게 경험하지 못하는 걸 많이 했어요. 배우로서뿐만 아니라 문상민이 인생을 살면서 많은 걸 얻은 시간이었어요.”
그에게 ‘슈룹’은 배우로서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심어준 작품으로 남았다. 문상민은 “이 작품을 만나서 배우 문상민의 또 다른 모습을 대중들에게 보여줄 수 있었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어 “스물세살이란 나이에 이 작품을 만나서 감사하다. 사실 아직 배우로서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그렇게 크지는 않았다”면서 “이 작품을 만나면서 내가 배우로서 잘할 수 있는 것, 시청자들이 나를 사랑해주는 이유를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문상민은 한림연예예술고 시절 모델과였다. 중학생 때부터 남들 앞에서 장기자랑 하는 걸 즐겼고, 이를 본 담임 선생님의 권유로 예고에 진학했다. 하지만 정작 흥미는 다른 곳에서 찾았다. 다른 과 친구들이 공연하는 걸 보고 연기에 뜻을 품게 됐다. 이후 대학은 연기예술학과로 진학했다.
“연기는 항상 어렵다고 느끼지만 성남이(성남대군)랑 함께 성장한 것 같아 고마워요. 2022년은 성남대군으로 시청자들에게 인사했다면 2023, 2024년 해마다 다른 문상민을 보여주고 싶어요.”
‘슈룹’으로 시청자에게 눈도장을 찍은 그는 내년에 방영될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방과 후 전쟁활동’에서도 활약할 예정이다. 그는 “고등학생 친구들이 크리처(생명체)를 처치하는 이야기”라며 “고등학생들의 풋풋한 모습, 열여덟의 문상민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