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저출산 영향으로 2050년에는 인도네시아, 나이지리아에도 뒤처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최근 공개한 ‘2075년 글로벌 경제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 규모가 세계 12위인 한국은 2050년에는 15위 밖으로 밀려난다. 반면 인도네시아는 2050년에 4위로 도약하고 나이지리아는 15위에 등극한다. 심지어 2075년에는 한국이 파키스탄(6위), 필리핀(14위)에도 추월당하는 것으로 나온다. 저출산 심각성이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지만 이로 인해 향후 개발도상국에도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밀린다는 전망은 또 다른 충격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의 출산율은 이제 다른 나라와 비교하는 것이 민망스러울 정도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2020년에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출생아 수)은 2.27명이었다. 반면 한국의 올 3분기 합계출산율은 0.79명으로 세계 최저 기록을 썼다.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미국(1.6명), 일본(1.3명)에 비해서도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미국 CNN 방송은 이달 초 “한국 정부가 2000억 달러(약 260조원)를 썼지만 저출산 문제 해결에 역부족이었다”고 꼬집기까지 했다.
통계청이 어제 발표한 ‘2021년 신혼부부 통계’는 한국이 왜 저출산 국가일 수밖에 없는지를 일깨워줬다. 혼인 신고를 한 지 5년 이하인 신혼부부는 110만1000쌍으로 1년 전보다 7.0%(8만2000쌍) 줄었다. 통계 작성 이래 규모는 가장 작고, 감소 폭은 가장 컸다. 맞벌이 비중·대출잔액(최대), 자녀수(최저) 등 세부 수치마다 기록을 양산했다. 결혼을 하려면 맞벌이가 필수이고 주택 마련 등에 많은 빚을 져야 해 아이를 낳는 것이 무리라는 것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내 집 마련, 가사 분담, 육아 지원이 동반돼야 저출산 문제의 실마리를 풀 수 있다는 의미다. 인구가 늘고 있는 세종시, 충북 진천군의 경우 꾸준한 일자리 유입 덕분이었다. 답이 어느 정도 나와 있는데 정부와 정치권은 그동안 허송세월을 보냈다. 지역이 소멸되고 미래세대가 가난해질 수 있다는 경고음에 더 이상 귀를 닫아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