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의 노동개혁 과제를 논의해 온 전문가 기구인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5개월간의 논의 끝에 12일 정부에 최종 권고안을 제시했다. 연구회는 고용노동부가 주도해 꾸린 교수들 중심의 전문가 모임이다. 고용부가 이날 권고를 전폭적으로 수용하겠다고 밝혀 공개된 권고안은 새 정부의 노동개혁 방향 뼈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권고안은 주 52시간제를 업종과 기업 특성에 맞게 유연화하고 연공 서열 중심의 임금체계를 성과 중심으로 개편하는 것이 핵심이다. 노동시장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수십 년간 유지돼 온 경직된 임금체계를 개선하자는 주문인데 노사 당사자들의 이해와 직결된 사안들이다. 노동 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관련 제도를 그에 걸맞게 개혁하자는 필요성에는 국민 다수가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워낙 민감한 사안들이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다가는 노정 간 충돌과 극심한 사회적 갈등의 새로운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권고안이 장시간 노동을 더욱 심화하고 임금 삭감과 고용의 질 저하를 초래할 개악안이라며 반발해 험로를 예고했다. 정부는 객관적 근거 제시 등을 통해 노동계와 국민을 설득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보완 장치 마련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기존 1주일에서 주·월·분기·반기·연으로 다양화하자는 권고는 노사의 자율적 선택권 확대를 통해 일의 효율성을 높이자는 취지이나 장시간 노동과 건강 악화를 초래할 수 있어 적절한 통제 장치가 필요하다. 연구회가 권고한 11시간 연속 휴식 부여, 야간작업 근로자 보호 조치 강화, 연장·야간·휴일근로 등에 대한 휴가 보상 확대 등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 임금체계를 직무 중심으로 개편하는 것도 기존 호봉제 사업장 노조의 반발이 예상된다. 직무급이 임금 억제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라는 노동계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면 직무·성과 평가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높이고 고성과자에 대한 보상을 확대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
연구회는 포괄임금 약정 오남용을 막기 위한 근로감독 강화, 사회적 대화 기구인 상생임금위원회 설치·운영도 권고했다. 장시간 노동, 공짜 노동을 막고 양극화된 노동시장에서 임금의 공정성 확보 및 격차 해소를 위해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겠다. 연장근로 단위기간 확대, 유연근로 제도 개편 등 핵심 권고 사항은 근로기준법 개정이 필요한 만큼 야당의 협조도 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