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야는 소모적 논쟁 그만두고 예산안부터 합의하라

입력 2022-12-13 04:03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지난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개의에 반대하며 피켓을 들고 항의하다가 해임건의안이 상정되자 본회의장을 퇴장했다. 이한형 기자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어려워지고 있다. 이미 법정 시한(2일)과 정기국회 회기(9일)를 넘겼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오는 15일을 예산안 처리 데드라인으로 정했다. 그런데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12일 공개 협상 없이 서로를 비난하기 바빴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을 설득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단독으로 예산안을 처리하겠다’고 으름장만 놓고 있다. 여당이 야당 같고, 야당이 여당 같은 이상한 풍경이다. 야당이 단독으로 예산안을 강행 처리한 사례는 헌정사에 없다.

예산안의 최대 쟁점은 법인세 인하다. 정부·여당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낮추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법인세 인하를 ‘초부자 감세’라며 격렬히 반대하고 있다. 여야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김진표 의장이 법인세 인하를 2년 유예하자는 중재안을 제시했다. 민주당은 이를 거부했다. 법인세율은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다. 국제적인 흐름, 경제 상황에 따라 조정할 수 있다. 법인세를 내리면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고 주장도 검증이 필요하지만, 이를 초부자 감세라고 공격하는 것도 마타도어에 불과하다. 협상하면 절충할 수 있는 사안이다.

민주당은 이달 초만 해도 639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에서 ‘7조7000억원을 줄여야 한다’고 했고, 정부는 ‘3조원 정도를 줄일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런데 2조원을 줄인 수정안을 ‘국민 감세안’이라고 부르며 단독으로 통과시키겠다고 한다. 정부가 줄이겠다는 3조원과 민주당이 줄이겠다는 2조원에 어떤 질적인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

예산안에 대한 여야 간 이견은 늘 있었다. 그래도 조금씩 절충하며 합의 처리했던 게 그동안의 전통이었다. 지금 여야의 행태는 일부러 전통을 무너뜨리려 한다는 인상마저 풍긴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말로만 민생·서민을 외치지 말고 내년 예산안부터 합의 처리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