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법 개정 재추진… 근본대책 외면한 ‘땜질 처방’

입력 2022-12-12 04:06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개의에 반대하며 피켓을 들고 항의하다가 해임건의안이 상정되자 본회의장을 퇴장했다. 이한형 기자

한국전력의 회사채 발행 한도를 늘리는 내용의 한전법 개정이 연내 재추진된다. 올해 한전 적자가 크게 불어난 상황에서 사채발행 한도 확대는 ‘가지 않을 수 없는 길’이 된 모습이다. 하지만 전기요금 정상화라는 근본 대책이 함께 추진되지 않을 경우 땜질식 처방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한전법 개정안이 부결되는 돌발 상황이 벌어졌다. 이에 정부는 즉시 한전법 개정안을 임시국회에서 재추진하겠다고 밝혔고, 여야도 연내 임시국회에서 이를 재추진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한전 사채발행 한도 확대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파장은 막대할 전망이다. 정부는 물가상승 압박을 우려해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해왔는데, 이는 고스란히 한전의 부담으로 이어져 올해 한전의 영업 손실 규모는 30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규모 적자가 올해 결산에 반영되면 회사채 발행액이 자본금과 적립금 합산액의 2배를 넘지 못하도록 한 한전법에 따라 내년 한전의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게 된다. 한전법 개정안도 발행 한도를 기존 2배에서 최대 6배까지 늘리는 내용이 핵심이다.

한전은 “신규 사채발행이 불가능해지면 연료 수입과 전력 생산이 중단돼 국가 경제 전반의 대위기로 확산될 우려가 있다”면서 한전법 개정을 요청한 상태다. 한전이 한전채 발행 없이 전력 대금을 결제하고, 한도가 초과한 사채를 상환하려면 전기요금을 올해 인상분의 최소 3배 이상으로 인상해야 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사채발행 한도 확대는 결국 전기요금 현실화라는 근본 대책을 외면한 ‘돌려막기’에 그칠 수 있다. 에너지전환포럼은 “정부와 국회가 한전 적자의 원흉인 원가 이하의 전기요금을 그대로 방치한 상태에서 사채발행액 한도만 확대하는 것은 문제를 오히려 대형 폭탄급으로 키우기만 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지적을 의식한 듯 산업부도 한전법 개정안 추진과 함께 전기요금 정상화 로드맵을 조기에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시장에선 한전채발(發) 자금경색 리스크가 장기화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는 한전채 발행을 막아놔 채권 시장이 소폭 안정을 찾은 상황이지만, 내년에 다시 한전채 발행이 커지면 쏠림 현상이 또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도 “정부 금융시장 안정 대책 이후 경색이 많이 풀린 것은 맞지만, 여전히 한전채로 인한 불안 요인은 남아있다”고 말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