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재판에 넘기면서 이제 대장동 수사는 개발사업의 최종 결재권자로 지목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관여 여부 확인 작업만 남겨두게 됐다. 정 전 실장이 이 대표 최측근이라는 영향력을 이용해 사익을 추구했다는 게 검찰 판단인 만큼 민간업자들과 측근 그룹의 오랜 ‘검은 거래’를 이 대표가 인지했는지에 대한 규명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검찰은 공소장에 두 사람 사이의 공모관계를 명시하진 않았지만, 정 전 실장과 이 대표를 ‘정치적 동지’로 칭하며 연결 가능성을 열어뒀다. 결국 ‘대장동 일당’의 구체적이고 일관된 진술 및 이를 뒷받침할 물증 확보가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정 전 실장에 대한 공소장에서 그를 이 대표의 ‘측근이자 정치적 동지’라고 설명했다. 압수수색영장에 적었던 ‘정치적 공동체’와 연결 선상에 있는 말로, 이 대표가 정 전 실장을 두고 직접 언급한 단어이기도 하다.
검찰이 이번 사건 특징을 ‘지방자치권력의 사유화’로 보는 만큼 앞으로 수사는 필연적으로 이 대표를 향할 것으로 보인다. 정 전 실장이 뇌물을 받거나 약속받은 대가는 위례·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제공인데, 구조상 이에 대한 인·허가권을 가진 최종 결정권자가 이 대표였기 때문이다. 또 남욱 변호사 등 민간업자들은 이 대표를 로비 최상선으로 지목하는 증언을 이어가는 중이다.
이 대표의 배임 등 혐의 성립 여부를 가를 핵심 쟁점은 측근들과 민간업자 간의 불법적 유착을 인지했는지 여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장동 개발로 막대한 이익을 챙긴 대장동 일당에 대한 특혜 제공 사실과 그 이면의 거래를 이 대표가 사전 인지 또는 승인했다면 이는 배임 판단의 주요 근거가 될 수 있다. 정 전 실장이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챙겼다는 뇌물 2억4000만원이 선거자금으로 사용됐는지도 수사로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대장동 재판에서 쏟아지고 있는 공여자들의 진술 신빙성이 중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계좌 이체 기록이나 CCTV 영상 등 명확한 물증이 나오기 힘든 대다수 뇌물 사건에선 공여자 진술의 구체성·일관성이 유무죄를 갈라왔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공여자의 뇌물을 건넨 날짜와 장소, 시간을 비롯한 당시 상황에 대한 기억이 구체적이고 생생할수록 증거능력을 인정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이 사건에선 대장동 일당 증언의 일관성이 되레 검찰의 발목을 쥐게 될 수 있다. 지난해 수사 때 혐의를 부인했던 남 변호사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당시엔 겁이 났었다”며 최근 진술을 뒤집었다. 한 고법 부장판사는 “바꾼 진술 중 일부 거짓이 섞였다면 전체적인 진술 신빙성이 흔들릴 수 있다”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공소 제기된 부분에 대해선 입증에 충분한 인적·물적 증거가 확보됐다”며 “필요한 수사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