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에 걸쳐 한국 경제에 상흔을 낸 화물연대 파업은 지난 9일 끝났지만, 파업을 촉발한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안전운임제도 결자해지를 해야겠지만 정부와 정치권, 노조 모두 등한시해 온 화물차 배차 체계의 중간 마진 문제부터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물류 업계에서는 중간 마진만 줄여도 화물차주가 손에 쥐는 운임이 큰 폭으로 늘어난다고 평가한다. 안전운임제가 없어도 적정 운임을 보장할 수 있다면 파업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화물연대가 2003년 이후 역대 두 번째로 긴 기간 파업에 돌입한 근본적 이유는 낮은 운임 때문이다. 화물차주가 받는 운임은 생산자가 결정하지만 실제 지급되는 금액은 이와 큰 차이가 있다. 생산자에게서 주문을 받아 화물차주에게 배차하는 중간 단계에서 ‘주선 수수료’가 빠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주선 수수료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다. 화물차주들로 구성된 개별·용달화물연합회가 지난해 배차 시스템인 ‘화물앱’에 등록된 개별화물 일감(227건)과 용달화물 일감(144건)을 조사한 결과 주선업체가 받은 평균 주선 수수료율은 각각 24.9%, 22.3%로 조사됐다. 건별로 보면 50.0%까지 떼어 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현행법상 주선 수수료에는 상한이 없다는 점이 악용되고 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현행 가격 구조에서는 벌이를 충당하기 위해 과로에 시달리거나 불법인 과적을 관행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고 화물차주들은 하소연하고 있다.
이런 관행을 끊어내려면 시장에 가격 결정을 맡기고 있는 현행 자율운임제를 손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입법기관인 국회 차원에서 이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있기는 하지만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1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박영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됐다. 개정안은 주선 수수료율과 산출 방법을 대통령령으로 정해 과도한 요율을 적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게끔 설계됐다.
하지만 이 법안에 대한 국회 논의는 2년 가까이 답보 상태다. 주선 수수료를 떼어 가는 운송주선업체가 2020년 기준 1만3500개나 되다 보니 이들의 영향력을 무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농산물과 비슷한 사례라는 점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생산자인 농업인이 받는 돈은 적은데 실제 소비자가 상품에 지불하는 비용이 높다는 지적에 중간 유통 마진을 줄이는 노력을 해왔다. 그 결과 유통 단계가 줄어들면서 농산물 시장은 과거에 비해 투명해졌다. 정부와 국회 협업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화물운송시장도 유통 단계를 줄이면 적정 운임을 보장할 수 있다. 정부가 노력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