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구슬 쏘고 떼 쓴다 생각’ 화물 파업, 등돌린 MZ세대

입력 2022-12-12 00:02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경남지역본부가 지난달 24일 경남 창원 마산 가포신항 정문 주변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있다. 화물연대는 집단운송거부 16일 만인 지난 9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현장 복귀를 결정했다. 정부의 강공책과 싸늘한 여론 등으로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지난 9일 조합원 투표를 거쳐 총파업을 접기로 한 것은 내부 동력 확보나 외부 여론 조성 측면 모두에서 실패했던 결과다. 화물연대와 상급 단체인 민주노총은 국가 물류를 마비시키는 등의 ‘끝장 투쟁’을 대하는 싸늘한 민심을 마주해야 했다.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를 중심으로 노동운동의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내부 고민도 커지는 상황이다.

한 민주노총 지부장은 1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젊은 사람들이 총파업 같은 노동운동에 공감하지 못한다는 분위기가 있었다. 이런 부분에 대해 앞으로 교육을 통해 (정당성 등을) 인식시켜야 한다는 얘기가 다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화물연대 내부에서 아직 구성 비율은 낮아도 향후 주도 세력이 될 젊은 화물차주 등을 상대로 교육과 선전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고 했다. 실제 정부의 운송개시명령이 내려지자 이를 별다른 저항 없이 받아든 이들 상당수도 MZ세대 차주들이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이는 화물연대뿐 아니라 최근 파업 하루 만에 교섭을 타결한 서울교통공사 등 사업장 노조에서 겪는 공통적 현상이다. 조직 내 MZ세대가 늘어나고 이들이 옛날 방식의 노동운동에 등을 돌리면서 노노(勞勞) 갈등의 단초가 되거나 혹은 기존 노조 편입을 거부해 동력이 분산되는 상황이 생긴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교통공사 MZ세대 직원 2000여명으로 구성된 제3 노조 ‘올바른노조’는 “명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민주노총 소속 노조가 주도한 이번 파업에 아예 불참했다.

송시영(30) 올바른노조 위원장은 “노조의 필요성 자체에는 절대 공감한다”면서도 “젊은 세대가 기성 노조에 가지고 있는 생각은 빨간 띠 두르고, 화물연대가 (정상 운행 중인 차량을 향해) 쇠구슬을 던진 것처럼 폭력 투쟁을 하는 모습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세대는 군사독재를 겪지 않았고 운동권도 경험하지 않았는데 투쟁의 방식은 과거에 머물러 있으면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고 했다.

파업 미참여자들을 상대로 한 위협과 폭력 등 불법 행위에 대해서도 안팎의 여론이 싸늘했다. 화물연대 비조합원으로 파업 기간 운행을 계속했던 화물차주 김모(28)씨는 “안전운임제 등 목소리에는 공감했지만, 당장 생계가 절박한 상황에서 파업까지 해야 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며 “특히 비조합원 차주들의 운송을 방해하는 모습에 대해서는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화물연대 파업 장기화로 주유소 휘발유 품절 등 국민 실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면서 대중 여론이 급격히 악화한 것도 파업 지속을 어렵게 했다. 또 다른 민주노총 관계자는 “법 개정을 하기 위한 총파업인데, 국민 불편을 지속하면서 계속 총파업을 끌고 가는 것에 대해 우리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화물연대가 외부 중도층의 지지를 끌어내지 못한 점을 이번 파업의 주요 패인으로 꼽았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다들 경제적으로 어렵고 불평등도 심화하는데 국민을 납득시킬 새로운 목소리가 없는 상태에서 투쟁 일변도로 나서면 성공하기 어렵다”며 “특히 젊은 세대의 경우 열심히 노력해서 정당하게 얻는 것을 공정으로 인식하고 있고, 실력주의에 대한 믿음이 강하기 때문에 노조도 이를 바탕으로 전략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노동운동에 대한 비판적인 인식이 노조의 기본 가치와 배치된다는 지적도 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MZ세대는 자신의 이익에 민감한 실리주의적 특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노조는 함께 연대하고 약자를 포용하는 방향을 추구해야 하는데, 자기 이익을 지나치게 강조하거나 이것만을 추구하는 경향은 노동운동에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번 파업을 기점으로 노동 운동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동운동도 각자의 필요와 개별 사안의 정당성에 맞춰 더 차별화시킨 접근법이 필요하다”며 “노동자의 요구를 현실적인 범위에서 전달하고 합리적 절차와 방법으로 방향을 변화시켜 나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양한주 성윤수 이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