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자택 앞에서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C 노선 우회를 주장하며 시위를 이어온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주민들에게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51부(재판장 전보성)는 정 회장과 현대건설, 용산구 한남동 주민 대표 등이 은마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재건축 추진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위금지 및 현수막 설치금지 가처분 신청을 최근 일부 인용했다. 현대건설은 GTX-C 노선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된 컨소시엄의 대표자다. 은마아파트 주민들은 현대건설 컨소시엄의 노선 계획안이 은마아파트 하부를 통과하는 것에 항의하며 지난달 12일부터 정 회장 주거지 인근에서 현수막 설치 및 반대 시위를 벌여왔다.
법원은 정 회장 자택 100m 이내에서 확성기 등 음향 증폭 장치를 사용해 정 회장의 명예를 훼손하는 모욕적 발언과 방송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정 회장 관련 현수막과 유인물 부착도 금지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집회·시위는 표현의 자유를 넘어 정 회장 등의 인격권과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해 사회적 상당성을 결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 회장은 현대건설이 속한 현대차그룹 회장이라는 사정 외에는 이 사건 노선 계획안과 관련이 없어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재판부는 현대건설이 게시 금지를 요구한 현수막 내용 중 ‘현대건설이 저지른 지하터널 사고, 지하철 별내선 15m 싱크홀’ 부분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2020년 구리시 아파트단지 앞 도로에서 발생한 싱크홀 사고의 원인으로 현대건설의 인근 공사가 지목됐던 점을 고려하면 정당한 의견표명 범위 내 의견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