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 대통령의 민심마케팅, 3S의 법칙

입력 2022-12-12 04:04

2022년 카타르월드컵에서 두 개의 ‘별’이 울고 웃었다. 8강전에서 오만한 포르투갈의 호날두는 모로코전에서 지고 평판에서도 졌지만, 인간적인 브라질의 네이마르는 크로아티아와의 경기에선 졌지만 평판에서는 이겼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대중이 외면하면, 실력발휘도 안되고 쇠락하게 된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별별 정책과 전략을 쏟아내도 국민이 외면하면 방법이 없다. 민심마케팅의 핵심인 ‘3S의 법칙’을 인식하지 못하면, 헛발질만 계속할 뿐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정 주도권을 쥐려면, 작은 것이 큰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스몰(Small)의 법칙’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

최근 윤 대통령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해임건의안 통과와 이태원 참사, 정권퇴진 촛불시위, 민주노총 화물연대 파업 등 대형 악재들 때문에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았지만, 오히려 지지율이 38.9%(리얼미터 5일 발표)까지 올라갔다. 왜 그럴까? 민주당이 호재라고 여기고 맹렬히 공격했던 이슈들-바이든 날리면, 빈곤 포르노, 청담동 술자리-이 오히려 윤 대통령에게 호재로 작용했다고 본다.

요컨대, 작은 것들이 커다란 것들을 덮어버린 것이다. 요즘 같은 감성시대에는 정권퇴진, 정치보복처럼 거대한 정치적 담론보다 김건희 여사, 한동훈 법무부 장관, 문재인 전 대통령의 풍산개 논란처럼 어찌 보면 소소해 보이는 개인사가 민심을 날카롭게 찌르고 역풍을 유발하기 쉽다는 감성원리를 깨달아야 한다. 그래서 윤 대통령은 사소한 말 한마디를, 민주당은 섣부른 한방을 조심해야 한다.

두 번째는 웃는 것이 유리한 ‘스마일(Smile)의 법칙’이다. 미국 역대 대통령 44명을 분석한 결과 잘 웃는 대통령일수록 성공한 대통령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항상 유머가 넘쳤던 링컨, 루스벨트, 레이건 대통령이 최상위를 차지했다. 훗날 링컨 대통령의 아들은 “아버지는 단 하루도 웃지 않고는 살 수 없을 정도로 일상이 고통스러웠기 때문에 이를 악물고 웃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하루하루가 힘든 국민에게 웃음을 선사하기 위해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여야의 당권투쟁, 이준석 파동, 개딸들의 문자폭탄은 국민에게 웃음은커녕 화나고 짜증나게 만들었다. 오래전부터 국민에게 웃음을 빼앗아간 것은 양극단의 정치이다.

최근 출간된 책 ‘편향의 종말’(The End of Bias)에 의하면, 사람들이 이념이나 성별 등에 강한 편견을 갖는 이유는 ‘묘한 쾌감’과 ‘소속감(안정감)’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차별을 없애기 위해 ‘차별은 나쁘다’고 설득하는 건 별로 효과가 없고, 자연스럽게 행동을 유도해야 한다고 저자는 조언한다. 대통령이나 정치지도자들이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뜻이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에는 ‘성난 앵그리맨’이나 ‘강한 스트롱맨’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웃는 스마일맨’과 ‘부드러운 소프트맨’이 국민적 지지를 받는다.

세 번째는 ‘특별한 것’이 호응을 받는 ‘스페셜(Special)의 법칙’이다. 윤 대통령은 어떤 특별한 정책이 있고, 이 대표는 어떤 특별한 전략이 있는가? 윤 대통령은 과거 노태우의 북방정책, 김영삼의 하나회 척결과 금융실명제, 김대중의 IMF 외환위기 극복처럼 국민 대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대표 정책을 하루속히 제시하여 강력히 추진해야 하고, 민주당은 강경 투쟁 외에 대안정당으로서의 전략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특별사면이나 민주당 친명계의 강경투쟁과 같은 뻔한 정책, 뻔한 전략이 아니라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참신하고 감동적인 민생정책과 민생전략 말이다.

프랑스의 사회심리학자 구스타프 르봉(Gustave LeBon)은 저서 ‘군중심리’에서 “군중은 외부의 자극과 충동에 휘둘린다. 그들은 너그러울 수도 잔혹할 수도 있고, 영웅적일 수도 비열할 수도 있다”며 민심의 파워를 무섭게 표현했다. 르봉이 강조한 ‘군중’이란 오늘날 진보나 보수의 열성 지지층이 아니라 다수의 국민 즉 중도층이라고 본다.

윤석열 대통령과 여야 정치지도자들은 연말연시를 맞아 스몰(작은 것), 스마일(웃는 것), 스페셜(특별한 것)이 민심을 좌우한다는 ‘민심 마케팅 3S의 법칙’을 깊이 염두에 두고 실행하기를 바란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