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사니] ‘욘더’와 ‘커넥트’, 죽지 않는 불멸의 꿈

입력 2022-12-12 04:05

중국 최초의 통일 제국을 건설한 진시황도 죽음의 공포는 다스리지 못했다. 살아서는 신하들을 시켜 불로초를 찾아오도록 하고, 죽어서도 영원한 통치자로 존재하기 위해 자신의 무덤 안에 궁전을 지었다. 호위병과 전차부대, 하인, 곡예사, 음악가까지 동상으로 만들어 무덤에 함께 묻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인간이 죽으면 잠시 사후세계를 여행하고 돌아와 영원히 산다고 믿었다. 그래서 파라오의 몸이 썩지 않도록 미라로 만들고, 파라오의 영생을 위해 피라미드를 지었다. 그들은 사후세계에서 돌아온 파라오가 사는 데 필요한 물건과 몸종을 피라미드에 매장했다.

지금 기업들은 늙지 않는 몸을 연구한다. 오라클의 공동창업자 래리 엘리슨은 노화 방지를 연구하는 엘리슨 의학재단을 설립했다.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은 수명 연장을 연구하는 기업 칼리코를 세웠다. 사이보그, 복제인간, 냉동인간 등 다양한 형태로 인간은 영원히 살 방법을 찾는다.

한국과 일본의 유명 영화감독들이 최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을 통해 시리즈물을 선보였다. ‘왕의 남자’를 만든 천만 감독 이준익은 ‘욘더’를, ‘착신아리’ ‘악의 교전’ 등을 만든 장르물의 대가 미이케 다카시 감독은 ‘커넥트’를 공개했다. 공교롭게도 두 작품은 발달된 기술로 인해 인간이 어떤 방식으로든 유한성을 뛰어넘는 모습을 그렸다.

김장환 작가의 소설 ‘굿바이, 욘더’를 원작으로 한 ‘욘더’는 2032년을 배경으로 한다. 아내 이후(한지민)가 죽고 나서 힘겨워하던 재현(신하균)에게 어느 날 메시지가 도착한다. 아내는 ‘욘더’로 오면 자신을 만날 수 있다고 말한다. 그곳은 죽은 이들의 기억으로 만들어진 가상세계다. 이후는 세상을 떠나기 전 ‘죽음을 디자인하는 업체’ 바이앤바이와 계약을 맺고 자신의 모든 기억을 가상세계로 업로드했다.

인간은 영생을 꿈꾸지만 인생의 가치는 유한함에서 온다는 메시지를 드라마는 던진다. 이 감독은 “존재는 기억으로부터 증명된다. 기억으로 만들어진 세상을 상상하며 시나리오를 쓰다보니 불멸이 과연 행복한 것인가, 불멸을 꿈꾸는 이기성 때문에 인간이 더 부당해지는 것 아닌가 생각하게 됐다”며 “불행을 끝내는 방법은 유한성에 있다는 어법이 작품에 펼쳐졌다”고 말했다.

‘커넥트’는 신대성 작가가 그린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동수(정해인)는 장기밀매 조직에 납치당해 한쪽 눈을 빼앗긴다. 자신의 눈이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연쇄살인마 진섭(고경표)에게 이식됐다는 것을 알게 된 동수는 진섭을 쫓는다. 진섭은 매번 살인을 저지른 뒤 공공장소에 사체 아트를 전시한다.

동수는 죽지 않는 신인류 ‘커넥트’다. 신인류의 출현에는 거대 제약회사가 연관돼 있다. 신체가 훼손되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다. 하지만 원치 않게 갖게 된 특별한 능력 때문에 괴물이라고 손가락질당하며 외롭게 살아왔다. 동수는 남들과 같은 평범한 일상을 꿈꾼다. 시한부인 진섭은 자신의 몸과 동수의 몸을 결합시켜 영원히 살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미이케 감독은 “작품에는 불멸에 대한 인간의 욕망이 투영돼 있다”며 “진섭은 죽음에 대한 공포를 사체 아트로 표현한다. 그건 ‘나는 지금 여기 있고, 내 몸이 없어져도 여기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끝이 있다는 걸 알기에 인간의 삶은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절실하다. 얼마 남지 않은 올해는 더욱 알차게 보내야지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인류의 역사는 필멸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욕망과 함께해 왔다. 죽음에 대한 공포는 인간에게 계속해서 불멸을 꿈꾸게 할 것이다.

늙지 않는 몸,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지 않는 삶을 그리는 건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자연스러운 일일지 모른다. 그래도 평범한 인간의 삶을 동경하는 동수나 “아름다운 기억이 소중한 건 그 순간이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라는 재현의 대사를 클리셰라고 할 순 없을 것 같다.

임세정 문화체육부 차장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