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이라는 한국어의 오래된 관용구가 그 참신함과 독특함으로 해외 네티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생각해 보니 참 재미있는 표현이다. 그 이유에 대한 가장 유력한 가설은 다음과 같다. 담배가 귀하던 때에 고위 계층만 담배를 피울 수 있는 흡연 문화가 형성되어 있었다고 한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이란 표현에는 호랑이도 왕이나 양반과 함께 맞담배를 피울 수 있을 만큼 평등했던 과거를 그리워하는 문화적 맥락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영문 위키피디아에 ‘Once upon a time’을 검색하면 다양한 언어권에서 유사한 표현들을 찾아볼 수 있다. 게르만어권에서는 “오래전, 아직 사람들이 무엇을 위해 소원을 빌 때에”, 이라크어권에서는 “나는 나의 아버지가 들려준 이 이야기를 기억한다”, 폴란드어권에서는 “아주 오래전, 일곱 개의 산과 일곱 개의 숲을 지나” 등의 관용구가 있다. 모두가 흥미롭게도 각자의 낭만성을 갖고 있다. ‘알 수 없는 오랜 과거’에 대해 갖는 환상 때문에 지나가 버린 시간을 아름답게 묘사하는 것은 문화를 막론하고 모두 비슷하다. 아마 지금 우리가 즐겨 쓰는 유행어들 역시 시간이 지나면 재미있고 신기한 표현으로 우리의 후손들에게 회자될지 모른다. 우리가 사용하는 속담은 사실 선조들의 유행어였을 것이다. 그중 시간의 흐름과 무관하게 사용될 수 있는 몇 가지 표현들이 지금까지 우리의 입말로 남아 있다는 사실은 재미있다. 소란이 났을 때 한국어로 “밖에 전쟁 났느냐” 같은 표현을 하는 이유 역시 우리나라가 전쟁이라는 상흔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이라는 표현을 통해 평등한 시절을 그리워하던 선조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듯이, 또 전쟁과 관련된 관용구들을 통해 아픈 역사를 반추하듯이, 후손들 역시 현재 우리의 유행어를 통해 지금 우리의 문화를 짐작해볼 것이다. 언어에는 언제나 시간이 기록되어 있다. 말이 가지는 큰 매력이다.
김선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