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국내 게임사 위메이드가 발행한 가상화폐 ‘위믹스’의 거래지원 종료(상장폐지) 효력을 유지한 이유는 잠재적 투자자의 손해와 위험 방지 목적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재판장 송경근)는 사건 결정문에서 “상장폐지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현재 위믹스를 보유 중인 투자자들에게 손해가 발생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암호화폐 생태계 침해 행위를 엄격히 제한해 시장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다른 잠재적 투자자의 더 큰 손해와 위험을 미리 방지할 필요성이 컸다”고 밝혔다.
위메이드는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4곳이 위믹스 상장폐지 결정을 내리자 이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는데, 재판부는 지난 7일 이를 기각했다.
거래소들은 상장폐지 주요 이유로 위메이드가 제출한 것보다 많은 양의 암호화폐를 유통시킨 점을 들었다. 재판부도 이 같은 사유가 타당하다고 봤다. 앞서 위메이드는 2억4000만개를 시장에 유통하겠다고 했으나 대출 담보로 3500만개를 더 제공한 사실이 드러났다. 재판부는 이를 포함해 모두 3700여만개 위믹스가 추가 유통된 것으로 판단했다. 당시 개당 가격을 적용하면 934억원에 이른다.
재판부는 “암호화폐는 객관적 가치를 평가하기 어려워 그 가치가 수요·공급의 원칙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유통량은 투자자가 판단을 내릴 때 매우 중요한 정보”라고 말했다. 이어 “주식 발행 과정과 달리 암호화폐 발행인은 아무런 추가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도 계획한 양을 넘어 암호화폐를 유통해 큰 수익을 낼 수 있지만 투자자는 유통량 증가에 따른 시세 하락 등 예측할 수 없는 손해를 입게 된다”고 지적했다.
암호화폐 규제 관련 입법 공백이 있는 상황에서 사실상 관리·감독 기능을 하는 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는 원칙도 제시했다. 재판부는 “이처럼 상장폐지 사유가 중대하고 명백한 경우에도 거래소가 상장폐지 결정을 내릴 수 없다면 충분히 성숙하지 못한 암호화폐 시장을 더욱 투기의 장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