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진흥을 담담하고 있는 농림축산식품부가 해당 산업 관련 통계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통주를 양조하고 있는 곳이 전국에 몇 곳인지는커녕 산업 규모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도 정확히 모르는 실정이다. 주무 부처가 이런 상황이다 보니 관련 산업 육성이 쉽지 않다. 일부 막걸리 제조업체들은 국산 쌀 대신 저렴하고 품질이 떨어지는 수입산 쌀을 쓰는 경우도 많다.
7일 농식품부에 따르면 전통주 산업 관련 농식품부가 직접 집계하고 있는 통계는 없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국세청에서 공표하는 주류면허 통계를 참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세청 주류면허 통계는 14종으로 세분화한 주류면허 발급 건수를 집계하는 국세통계다. 나름 세분화돼 있는 통계지만 한계가 있다. 대표 전통주인 막걸리가 포함돼 있는 ‘탁주’ 분류가 단적인 사례다. 지난해 기준 탁주 주류면허 누적 발급 건수는 992건이지만 이 중 막걸리 제조업체가 몇 곳인지는 특정하기 힘들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700~800개 정도 막걸리 제조업체가 있는 것으로만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체 수조차 모르는 상황이다 보니 시장 규모도 모른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시장 규모를 특정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워낙 영세업체가 많다는 점 때문에 파악하기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최소한 전통적인 양조 기술이 녹아 있는 특산주 규모 정도는 파악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지적이다.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지역 특산주’ 주류면허 발급 건수는 지난해 기준 1349건으로 5년 전인 2016년(802건)보다 547건이나 늘었다.
이는 전통주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현재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모든 주류는 원료의 원산지 표기가 의무 사항이다. 그런데 마트에서 구매 가능한 막걸리 원산지를 보면 ‘수입산 쌀’이라고 적혀 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한국산 쌀도 남아도는데 수입산 쌀을 쓰는 이유는 가격이 더 저렴하기 때문이다. 다만 수입산 쌀은 수확한 지 오래된 물품이 많아서 대부분 질이 낮다. 그만큼 막걸리 등 주류 품질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농식품부의 최근 행태는 과거와 대비된다. 한식 세계화를 추진하던 이명박정부 때는 농식품부가 전통주 업체들에게 국산 쌀을 원료로 쓰도록 설득하기도 했었다.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당시에는 국산 쌀로 돌아서는 업체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확 줄어든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