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가 다소 안정된 배경에는 농축수산물 가격 안정이 있다. 지난달 농축수산물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0.3% 상승하는 데 그쳤고, 전월비로는 4.3% 하락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물가 상황에서 ‘복병’이었던 농축수산물 가격이 ‘효자’로 탈바꿈한 것이다.
7일 기획재정부 안팎에서는 지난 7월 경제정책국 내 신설된 ‘민생대응팀’이 농축수산물 안정에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생대응팀 업무는 매일 수십개의 농축수산물 가격 동향을 모니터링하는 것이다. 이때 가격 변동성이 큰 품목이 있으면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 등 관계부처와 함께 원인을 파악하고, 대응책을 마련한다. 기재부로서는 드물게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농협에서 인력도 파견받았다. 이렇게 하자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고물가 상황에서 변동성이 큰 농축수산물 가격은 줄곧 ‘애물단지’였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일각에서는 생활필수품 52개 품목을 집중 관리했던 ‘MB 물가지수’를 떠올리게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당시엔 정부가 직접 가격을 통제하려고 했다면, 지금은 물가 불안을 촉발할 수 있는 변수들을 미리 파악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민생대응팀의 노력도 있지만, 기저효과 덕분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지난해 농축수산물 가격은 8.7%로 유독 크게 상승했다. 또 올해는 태풍 등 자연재해가 예년보다 덜했고, 기후가 온난했던 영향도 작용했다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농축수산물 가격이 비교적 안정적인 것은 기후 여건이 좋았던 게 가장 큰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