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의 구속영장이 나란히 기각되면서 이태원 참사 책임 소재 규명 수사에 적신호가 켜졌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와 관련해 두 사람의 구속 수사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법원 판단은 달랐다. 1차 수사의 핵심 피의자들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가 대부분 적용될 수밖에 없는 ‘윗선’ 수사는 더 큰 난관이 예상된다.
특수본은 6일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 기각 사유를 분석한 뒤 재신청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짧은 입장을 내놨다. 현장 경찰의 부실 대응 문제를 비롯한 참사 원인 규명에 한 달 가까이 집중적인 수사를 벌인 수사팀으로선 난처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울서부지법 김유미 영장전담판사는 전날 “현 단계에서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증거 인멸 및 도망할 우려에 대한 구속 사유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전 서장과 송 전 실장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그러면서 “피의자의 충분한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이 혐의를 부인하는 상황에서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성립 문제를 두고 법리적 다툼의 여지가 많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법무정책연구실장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포괄적인 책임을 묻기에는 법리적으로 무리라는 측면”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특수본은 이 전 서장과 송 전 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인파 계획 수립 여부, 지휘나 보고·현장 조치의 적절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고 말했다. 군중 밀림이 예상되는 핼러윈 행사를 앞두고 안전대책을 부실하게 세우고, 참사 당시에도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취지다. 반면 두 사람은 영장실질심사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대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무상 과실과 대형 참사 사이의 법률적 인과 관계가 입증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현장 경찰 간부들에게 적용된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에 대해 법원이 일단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면서 향후 경찰 지휘부나 그 윗선으로 올라가는 수사는 더 큰 부담이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신병 처리 문제도 다시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특수본은 박 구청장과 최 소방서장에 대해서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려는 분위기였지만, 전날 법원의 기각으로 추가적 법리 검토 및 보강 수사가 불가피해졌다. 이들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섰다가 또다시 실패할 경우 특수본 수사 동력이 상당 부분 상실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법원이 구속 사유를 엄격히 따져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미 다수의 압수수색이 진행돼 증거 인멸 우려가 적고 이 전 서장 등이 공무원 신분임을 감안하면 도주 우려도 적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혐의가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건 과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판 성윤수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