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이정섭)는 6일 ‘7대 제강사 철근가격 담합 사건’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등 제강사 임직원 3명을 불러 조사했다. 2012~2018년 담합 과정에서의 ‘윗선’ 지시 여부를 확인하려는 목적의 조사였다. 조달청 관급 입찰 기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인 6조8442억원대 담합 사건이라서, 검찰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 범위를 넘어 각 기업 경영진의 개입 여부까지 수사 중이다. 시장에서 높아진 철근 가격이 국민 세금 부담으로 이어졌기 때문에 비난 가능성이 크고, 범행 전모를 밝혀야 한다는 것이 검찰의 태도다.
이 부서가 자리한 서울중앙지검 6층에는 철근 담합 사건 이외에도 다수 사건 피의자·참고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조부가 공소시효 문제로 올 연말까지 공소제기 여부를 결론 내려야 할 사건은 7개 보험사가 얽힌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보험계약 입찰 담합 사건, SPC그룹과 한국타이어그룹, 롯데칠성의 계열사 부당지원 사건, SK플래닛 등 휴대전화 소액결제사 4곳의 연체료 담합 사건이 있다. 주어진 시간이 촉박하지만 검찰은 이원석 검찰총장의 고발요청권 행사 절차까지 동반해 가며 윗선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SPC그룹 허영인 회장을 최근 소환했고 한국타이어그룹 조현범 회장에 대해서는 집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사 5명으로 구성된 부서가 대기업을 포함해 20곳 이상 기업을 동시 수사하는 것은 흔한 장면은 아니다. 공조부 수사 사건들은 명칭은 한 줄이지만 그 실상은 계열사, 경쟁업체 여러 곳이 뒤엉킨 대형 사건이 많다. 확대개편이 이뤄졌던 올 상반기 공조부에서는 부장검사를 포함해 15명의 검사가 일했었다. 하지만 파견검사들이 복귀하고 일부가 반부패수사부의 다른 사건 수사에 차출되면서, 현재는 부장검사를 제외하면 검사 5명 규모가 됐다. 역할을 나누는 ‘팀 수사’는 생각하기 어렵고 검사 1명이 적어도 담합이나 부정승계 의혹 사건 하나를 온전히 맡아 처리해야 하는 실정이다.
실질적으로는 수사인력들이 한 번에 여러 사건에 관여하는 일도 불가피하다. 공조부 사건 수사는 여러 기업의 여러 장소를 동시에 압수수색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장기간 은밀한 의사결정으로 이뤄지는 범행이 다수라 디지털 증거가 많고, 압수물 포렌식은 순번이 밀려 있다. 조사 대상자가 다른 사건에 비해 많다는 점, 대형 법무법인이 선임돼 압수물에 대한 준항고 등을 제기하며 단계마다 법리 다툼이 치열하다는 점도 대기업 연루 공정거래 범죄 사건의 특징이다. 공조부 검사들은 공판도 직관(수사검사가 공소유지에 참여)하는 것이 원칙이다. 현재 재판에 넘겨진 법인들로는 네이버 삼성전자 쿠첸 호반건설 등이 있다.
‘인력난’에도 공조부는 계속 움직이고, 반대로 재계는 촉각을 곤두세운다. 서민 피해를 낳는 금융 및 공정거래 범죄 수사는 강화한다는 것이 법무·검찰의 일관된 기조다. 공조부는 전속고발권을 가진 공정위가 고발하지 않은 범죄 혐의에 대해서도 대검찰청에 이 총장의 고발요청권 행사를 적극 건의하고 있다. 건의부터 대검의 검토 승인, 공정위의 검찰 고발까지 약 1주일이 소요되는 절차다. 철근 담합 사건 등 공소시효가 임박해 시일을 다투는 6개 사건의 공통 과제로는 구조적 배경 확인, 기업 핵심 인사의 연루 여부 규명이 꼽힌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