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백서에서 북한 정권과 북한군을 ‘적’으로 규정하는 표현이 6년 만에 부활한다. 6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윤석열정부 첫 국방백서인 ‘2022 국방백서’ 초안에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는 표현이 담겼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 핵·미사일을 포함한 군사적 도발과 위협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내년 초 발간하는 ‘2022 국방백서’에 북한 정권과 북한군에 대한 분명한 인식이 포함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초안이 유지된다면 6년 만에 북한 정권과 북한군을 적으로 규정하는 표현이 되살아나는 것이다. 이 같은 표현은 2010년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전 등을 계기로 그해 국방백서에 반영돼 2016년까지 유지됐다. 그러나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발간된 2018·2020년 국방백서에선 ‘주권, 국토, 국민, 재산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세력을 우리의 적으로 간주한다’는 문구로 대체됐다.
통일부는 이에 대해 남북 간 대화와 협력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가진 이중적 성격을 종합적으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북한은 현존하는 군사적 위협이자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을 함께 만들어가야 하는 대화와 협력의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포격이 금지된 해상완충구역에 이틀째 포격을 감행했다. 북한군은 6일 오전 북측 강원도 고성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90여발, 오후엔 강원도 금강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10여발의 포격을 각각 가했다.
한·미가 강원도 철원 일대에서 5~6일 포사격 훈련을 하자 북한군은 맞대응에 나선다는 구실로 9·19 남북군사합의를 이틀 연속 위반했다.
북한군 총참모부는 “적들의 계획된 음흉한 도발 기도에 대한 우리 군대의 대응 및 경고성 군사 행동이었다”며 “군사적 대응은 더욱 공세적으로 변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러면서 “9·19 북남군사분야합의에 대한 위반을 논하자면, 적들이 지난 기간 행한 합의에 위반되는 행위들부터 먼저 계산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군사 도발의 책임을 남측에 떠넘기면서 추가 무력시위의 명분을 쌓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방부는 “한·미연합 포격훈련은 9·19 군사합의에 따라 포격훈련이 중지된 지상완충구역 밖에서 실시된 정상적 훈련”이라며 “북측이 한·미의 정상적 훈련을 부당하게 비난하며, 오히려 9·19 군사합의를 위반하는 해상 포격을 반복하는 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정우진 신용일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