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까지만 해도 8만원대에 머무르던 KT&G 주가가 어느새 10만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주식을 사들여 주요 주주가 된 뒤 경영에 적극적으로 관여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이른바 ‘행동주의 펀드’가 목소리를 낸 것이 주가 상승 원동력이 된 것이란 해석이 있다. KT&G 측은 “꾸준히 주주환원 정책을 펴 온 데 따른 결과”라는 입장이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KT&G 주가는 전일 대비 200원(+0.2%) 오른 9만770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달 30일 장중에는 52주 최고가인 10만원에 도달하기도 했다. 8만원대에서 한동안 횡보하던 KT&G 주가는 지난 10월 25일 1600원(+1.8%)을 시작으로 26일 3400원(+3.8%), 27일 800원(+0.9%), 28일 500원(+0.5%), 31일 1600원(+1.7%) 등 5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급등 랠리가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 10월 24일 주가(8만7800원)와 지난달 30일 장중 최고가를 비교하면 한 달 새 상승률은 10%를 웃돈다.
주가 급등 배경에는 행동주의 펀드 플래시라이트캐피털파트너스(FCP)가 있다. FCP는 “자회사인 KGC인삼공사를 인적 분할해 상장하라”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주주 제안을 지난 10월 26일 KT&G에 보냈다.
FCP는 미국에 뿌리를 둔 세계 3대 사모펀드 운용사 ‘칼라일’ 한국 지사를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이끈 이상현 대표가 최근 설립했다. 이 대표는 칼라일 한국 지사 대표 재직 당시 ADT캡스(현 SK쉴더스)를 2조원에 인수한 뒤 3조원을 받고 SK그룹에 되파는 성과를 냈다.
KT&G는 FCP로부터 주주 제안을 받은 뒤인 지난달 3일 이사회에서 “자사주 370만주를 매입하고 주당 배당금을 최소 200원 늘려 5000원까지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증권업계에서는 KT&G가 증시에서 존재감이 큰 이 대표 요구를 외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KT&G 관계자는 “FCP의 주주서신과는 전혀 무관하게 지난해 11월, 향후 3년간 1조 7500억원 내외의 배당 실시와 자사주 매입 등 총 2조 7500억원 규모의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하고 공시했다”고 말했다.
FCP가 추가 행동을 예고하면서 KT&G 주가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FCP는 오는 8~9일 국내외 KT&G 주주를 대상으로 온라인 설명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FCP는 설명회를 통해 KT&G가 보낸 주주 제안 세부 내용과 향후 계획, 3분기 실적에 대한 의견 등을 알릴 예정이다. FCP는 “KT&G가 주주 제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만 내놨을 뿐 특별한 답변을 주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증시에서는 최근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며 배당제를 뜯어고치려는 정부보다 행동주의 펀드가 낫다는 얘기가 나온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기업 지배구조와 의사 결정 방식이 창업주 일가 등 일부에게 집중된 데 따라 발생하는 수많은 부작용에 의한 것이지 단순히 배당제 때문만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