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징 스타 3인방 활약 빛난 ‘약한 영웅’… “온 마음 쏟은 작품”

입력 2022-12-07 04:03
웨이브 오리지널 ‘약한 영웅’의 세 주인공 시은, 범석, 수호(왼쪽부터).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약한 영웅’은 지난달 18일 전편이 공개된 후 웨이브 유료 가입자 견인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웨이브 제공

성장에는 반드시 성장통이 있다. 사회에 나오기 전 우리는 학교에서 성장통을 겪는다.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약한 영웅’은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힘겹게 싸운다’는 ‘데미안’의 문구를 인용하며 시작된다.

모범생인 시은(박지훈)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폭력에 맞서 싸운다. 약하다고 폭력에 굴복하지 않는 그의 모습을 수호(최현욱)와 범석(홍경)도 지켜본다. 수호는 호기심으로, 범석은 동경으로 시은과 친구가 된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세 사람이 한 데 어울려 우정을 쌓지만 조금씩 위태로워진다.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약한 영웅’은 지난달 18일 전편이 공개된 후 웨이브 유료 가입자 견인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조사한 TV&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화제성에서도 SNS 부문 1위를 기록했다.

시은은 싸우는 방식부터 흥미를 자아낸다. 체구가 왜소한 탓에 힘으로 싸우지 않고 주변 지형을 활용한다. ‘뉴턴 제 2법칙, 힘은 가속도와 질량에 비례한다. 물체의 원심력을 이용해 타격지점에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중얼거리면서 시은은 두꺼운 문제집을 들어 상대의 안면을 일순간 가격한다.

‘약한 영웅’은 라이징 스타들의 활약으로 더욱 빛났다. 대중에게 익히 알려진 톱배우는 아니지만 연기적으로 신선한 충격을 줬다. 시은 역의 배우 박지훈을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시은일 때 보여준 공허한 눈빛과 달리 배우 박지훈의 눈은 빛나고 있었다. 그는 “(시은이) 도구를 이용해서 싸운다는 것 자체가 흥미롭고 재미있고 신선했다”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항상 외톨이던 시은은 수호, 범석과 친구가 된 후에 함께 부당한 폭력에 대항한다. 하지만 이들의 우정은 오래가지 못했다. 사소한 계기로 수호에게 서운함을 느낀 범석은 점점 이들과 멀어진다. 일진들과 어울리며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한다. 그럼에도 시은은 끝까지 범석을 포기하지 않으며 굳건한 우정을 보여준다. 박지훈은 “‘약한 영웅’은 우리가 학창시절에 한 번쯤 겪을 수도 있는 이야기”라며 “(시청자도) 나는 어떤 캐릭터였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학창시절 이야기”라고 부연했다.

박지훈은 어릴 때 아역으로 활동하다가 그룹 워너원으로 가수 활동을 했다. 2019년부터 연기 활동을 다시 시작했다. 선한 얼굴, 귀여운 이미지가 익숙했던 그에게 ‘약한 영웅’은 연기적 변신을 가능케 한 작품이었다. “연기적으로 인정받고 싶었어요. 이번 작품은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됐어요. 저는 귀여운 이미지로 알려져있지만 무섭고 진중한 모습도 갖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죠.”

벽산고 싸움 1등인 수호는 ‘약한 영웅’에서 유일하게 밝은 에너지를 뿜어내는 인물이다. 진지한 상황에서도 능글맞게 농담을 하며 여유를 부리는 모습이 매력적이다.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최현욱은 ‘약한 영웅’에 대한 뜨거운 반응이 실감나지 않을 정도로 감사하다고 전했다.

2002년생인 그는 학창 시절을 지낸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그도 청소년기에 성장통을 경험했다고 했다. 최현욱은 “(‘약한 영웅’은) 보통의 10대가 성숙하면서 겪는 여러 가지 감정들, 나도 겪었던 감정들을 녹인 것 같아서 좋았다”며 “(엔딩은) 결국 실패한 성장통으로 끝난다.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것들, 현실적인 인간관계를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최현욱은 2019년 웹드라마로 데뷔 후 ‘라켓소년단’ ‘스물다섯 스물하나’ 등 인기작품에 연달아 출연했다. 특히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 문지웅을 연기하면서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그는 배우를 준비하기 전 야구부 생활을 오래 했다. “한림예고에 편입해서 3개월 만에 웹드라마로 데뷔했어요. 야구로 치면 3개월 만에 프로 선수가 된 거죠. 마냥 꿈같고 신기했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계속 배우는 중이에요.”

인터뷰 내내 최현욱은 겸손한 태도로 임했으나 당찬 포부도 함께 느껴졌다. 그는 “배울 점이 많은 배우 선배들은 많지만 롤 모델은 없다. 누군가를 롤 모델로 하기 보단 나 자신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하고 싶다”며 “나는 나 자신을 롤 모델로 하겠다”고 밝혔다.

세 명의 배우 중 가장 나이가 많고, 범석이라는 어려운 캐릭터를 연기해야 했던 배우 홍경은 작품이 공개된 후에도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이 범석이란 인물을 잘 표현했는지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범석은 ‘약한 영웅’의 메인 빌런이다. 그러나 그를 단순한 악역이라고 볼 수는 없다. 자신에게 무관심한 정치인 양아버지, 학교를 옮겨도 끊이지 않는 괴롭힘 등으로 벼랑 끝에 서 있는 위태로운 10대가 범석이다. 홍경은 “범석의 행동이 이유 없이 얄미워 보이면 안 되니까 범석이 느끼는 소외감 등의 감정들에 집중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홍경에게 ‘약한 영웅’이 갖는 메시지는 무엇인지 묻자 “해석의 여지를 (시청자에게) 주고 싶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작품을 보고) 서로 다른 생각들이 부딪히면서 사회가 건강해진다고 생각한다”며 “(영화, 드라마를 보며) 누군가를 이해하려는 노력까지 미치는 게 내가 콘텐츠를 사랑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이 작품은 유독 내가 온 마음을 탕진하듯이 쏟았다”며 “매순간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을 일깨워준 작품”이라고 밝혔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