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을 열광케 한 축구 대표팀의 카타르월드컵 여정이 어제 막을 내렸다. 한국은 ‘영원한 우승 후보’ 브라질과의 월드컵 16강전에서 1대 4로 완패했다. 점수가 말해주듯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8위 한국과 1위 브라질의 기량 차는 뚜렷했다. 더욱이 우리는 조별리그 통과를 위해 막판까지 혈투를 벌인 뒤 사흘 만에 16강전에 나선 반면, 브라질은 로테이션으로 주전들이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 기량에다 체력마저 열세였기에 좋은 성과를 내기는 무리였다.
그렇다고 대표팀이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발전과 업적을 무시할 순 없다. 강호 포르투갈, 우루과이와 한 조로 편성됐을 때 외국 통계업체는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을 10% 안팎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우루과이와의 대등한 경기 끝 무승부, 조 최강 포르투갈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는 등 예상을 뒤엎고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비관적 전망이 많을 때 주장 손흥민은 “1%의 가능성만 있어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했고 이를 지켜냈다. 팬들은 말할 수 없는 감동을 느꼈다. 또 대표팀은 과거처럼 강팀을 상대로 단순한 ‘선수비, 후역습’이 아닌 볼 점유율을 높이며 경기를 주도하는 ‘빌드업’ 방식을 선보임으로써 한국 축구의 질적 수준을 한 단계 올렸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큰 울림을 준 건 대표팀의 ‘원팀 정신’이다. 손흥민은 안와골절에도 “선수들이 고생한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서로가 믿고 소통하고 포기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며 불굴의 정신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태원 참사와 경제 위기로 실의에 젖은 국민들은 MZ세대 선수들의 헌신과 자신감에 희망을 느끼고 고난 극복의 의지를 다졌다. 선수들은 8강 진출을 못해 죄송하다 했지만 오히려 국민들이 대표팀에 고마워할 이유가 충분했다.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보여준 팀 코리아에 아낌없는 응원과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