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유·철강 화물차주 업무개시명령 일단 보류

입력 2022-12-07 04:06
6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서 군인들이 군 유조차를 활용해 저장고에 기름을 넣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화물연대 파업으로 5일 오후 2시 기준 전국 96곳 주유소의 기름 재고가 바닥났다. 정부는 정유 부문에 군 등 대체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업무개시명령서를 받은 시멘트 화물차주 대부분이 업무 현장에 복귀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물연대 파업이 13일째로 장기화하고 있지만 파업 동력은 약해지고 있는 모양새다. 정부는 일단 정유와 철강 분야 화물차주에 추가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리지 않은 채 상황을 관망할 방침이다.

국토교통부는 전국 12개 주요 항만의 밤 시간대(오후 5시~오전 10시) 컨테이너 반출입량이 평상시보다 14% 많았다고 6일 밝혔다. 화물연대 조합원 비중이 큰 광양항도 컨테이너 반출입이 재개되기 시작했다. 정부는 관용·군 위탁 컨테이너 화물차를 투입하고, 경찰차가 에스코트하는 방식으로 운송을 돕고 있다.

국토부는 업무개시명령서가 발부된 차주 791명 중 45명에 대해 현장 조사한 결과 43명은 이미 운송을 재개했다고 파악했다. 나머지 2명은 코로나 확진, 가족 병환 등으로 운송이 어렵다고 밝혀 고의로 업무에 복귀하지 않은 인원은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업무개시명령을 어긴 운송사나 차주는 30일 운행정지와 자격취소와 함께 형사고발 조치된다.

다만 정유와 철강 분야의 출하 차질은 계속되고 있다. 전국 85개 주유소에서 휘발유와 경유가 품절됐고, 철강은 전날 기준 평상시 대비 출하량이 53%에 그쳤다. 정부는 지난달 24일부터 이어진 화물연대 파업으로 철강·석유화학·정유·시멘트·자동차 등 5개 업종에서 3조5000억원 규모의 출하 차질이 발생했다고 집계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공공주택건설 현장 244곳 중 174곳에서 공사 차질이 있다고 밝혔다.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 LH 등은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검토 중이다. 한국무역협회와 한국철강협회 등은 피해를 본 중소 화주들의 손해배상 소송 대행을 지원키로 했다. 김수상 국토부 교통물류실장은 “(LH나 민간 기업에서 소송 지원) 요청이 오면 정부가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은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노정 간 논의가 중단된 가운데 국회 법안 심사가 진전되지 않으면 안전운임제는 이달 말 폐지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는 안전운임제 일몰 연장 등을 담은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다수 계류돼 있다. 야당은 오는 9일 안전운임제 일몰 연장과 품목 확대 논의를 위한 법안 소위를 열 계획이지만 여당 의원들은 참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정기국회 회기가 9일까지인 만큼 안전운임제 관련 법안은 임시국회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