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판사들도 개선 요구한 법원장 추천제, 전면 확대 재검토해야

입력 2022-12-07 04:03
김명수 대법원장이 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법원장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전국법관대표회의가 김명수 대법원장이 도입한 법원장 후보 추천제에 대해 “후보 추천 결과를 최대한 존중해 달라”며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지난달 대표회의 산하 법관인사제도 분과위원회가 “인기투표식이고 사법 포퓰리즘을 확대하는 원인”이라는 의견을 제시한 뒤 전국 판사들의 생각을 모아 내린 결론이다. 대법원은 2019년에 도입된 이 제도를 내년에는 인천지법 한 곳을 제외한 전국 모든 법원으로 확대할 계획이지만 판사들의 직급별 대표 모임에서조차 제도 개선 요구가 나온 만큼 서두를 이유가 없다. 객관적인 평가를 먼저 실시하고 고칠 점을 찾아 보완한 뒤 확대해도 늦지 않다.

법원장 후보 추천제는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 제도 폐지와 함께 김명수표 사법개혁의 핵심이다.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인사권을 분산시키고 판사의 독립성을 강화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일부 법원에서 실시한 결과는 취지와 달랐다. 법원장 후보가 되기 위해 동료·후배 판사에게 잘 보이려는 노골적 행태가 나타났다. 법원장과 수석부장판사들이 싫은 소리를 못해 재판이 지연되고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되는 부작용이 드러났다. 게다가 김 대법원장은 최다 득표자가 아닌 판사를 임명하거나, 아예 후보로 추천되지 않은 판사를 법원장에 앉힌 적도 있다. 최근에는 김 대법원장의 측근으로 불리는 부장판사가 서울중앙지법과 청주지법 법원장 후보에 이중 등록 하면서 법원장 후보 추천제가 대법원장 인사권 강화에 악용된다는 비난이 터져나왔다.

대표회의는 일단 김 대법원장에게 판사들의 추천권을 존중하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임기 시작부터 지금까지 ‘코드 인사’라는 비판에 시달렸던 김 대법원장은 귀담아 들어야 한다. 하지만 ‘법관 인기투표’ ‘사법의 포퓰리즘화’라는 우려를 불식시키고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것도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사안이다. 대법원은 판사들 사이에서조차 법원장 후보 추천제 전국 확대 실시에 대해 “임기가 10개월 남은 대법원장의 무리한 치적 알박기라는 비판이 있다”는 의견이 나온 것을 무시해선 안 된다. 무리한 강행은 더 큰 부작용과 반발에 직면할 것이 분명하다.